[연합시론]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인사청문회 돼야

입력 2017-05-24 18:45
[연합시론]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인사청문회 돼야

(서울=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4일 열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인사검증 무대다. 이틀간의 청문회 뒤 26일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29일이나 31일 국회 본회의 총리 인준안 표결 등 후속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총리에 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동안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인의 그림 고가 매각, 아들의 군 면제 및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모친의 아파트 2억4천만 원 시세차익 등 의혹이 제기됐다. 청문회에 나온 이 후보자는 의혹을 해명하면서 "이번 청문회를 저의 누추한 인생을 되돌아보고 국가의 무거운 과제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미술 교사였던 부인의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을 인정했고, 그림 고가 매각 의혹에 대해선 "앞으로 공직에 있는 동안 어떠한 전시회도 하지 않기로 아내에게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들 군 면제 의혹을 놓고선 "전신 마취 수술을 일곱 번이나 받았다"면서 "부실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도 헤아려 달라"고 했다.

이번 청문회에 임하는 각 당의 입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에 따라 공수 지형이 바뀌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첫 청문회부터 밀리면 새 정부의 초반 순항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높고 강한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칼날 검증에 집중했고, 국민의당은 이 후보자의 출신지인 호남 민심을 곁눈질하는 기색이다. 각 당 사정이야 어떻든 역대 정권의 사례에 비춰 국회 검증 문턱을 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만 20명이나 낙마했고 앞선 노무현 정부 때도 코드 인사 논란과 자녀 병역 의혹 등으로 도중 하차한 인사들이 적잖았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 측의 자료제출이 미흡하다며 청문회 거부 주장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는 과거 정부 때와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사태에 따른 급조 대선 직후 인수위 가동도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한 전례 없는 정권교체다. 안보위기의 거센 풍파 속에서 탄핵 전후의 중대한 시기를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로 방치하다시피 한 뒤끝이기도 하다. 궤도를 이탈한 국정의 조기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고, 새 정부 진용도 서둘러 짜야 한다. 철저히 검증하되 군더더기 없는 청문회가 돼야 하는 이유다. 지난 대선의 화두였던 협치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다행히 첫날 청문회는 무난하다고 평가할 만한 분위기였다. 과거에 흔했던 개인 신상털기나 의혹 부풀리기 같은 구태가 현저히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상당 부분 정책 검증으로 채웠다. 앞으로 검증 무대에 나설 후보자들도 불필요한 잡음이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료제출이나 의혹 해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후보자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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