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레이더' 독자개발 장담하더니…이스라엘과 손잡아
국과硏, 이스라엘 업체와 기술지원 계약…수백억원대 추정
文정부, KF-X·F-35A·대잠초계기 등 대형무기사업 점검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할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의 독자개발을 자신하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근 이스라엘과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업계에서는 계약 규모가 4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방위사업청과 ADD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KF-X에 들어가는 AESA 레이더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달 이스라엘의 한 업체와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면서 "계약 규모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 국방과학연구소에서 AESA 레이더를 개발하기로 할 때 부족한 기술을 외국에서 지원받기로 했다"면서 계약에 따라 이스라엘 업체에 지급할 금액은 "레이더를 전투기와 체계통합하는 기술 지원과 기술 훈련비 등의 명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DD는 KF-X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를 독자 개발하겠다고 자신했으며, 애초 개발 업체인 LIG넥스원을 배제하고 한화탈레스로 개발 업체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평가위원 선정 문제 등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AESA 레이더는 ADD가 외국 업체의 기술지원을 받아 설계도를 완성해 한화 측에 넘겨주는 형태로 개발된다.
한화탈레스는 올해 6월 1차 AESA 레이더 시제품를 만들고 2018년 6월에는 2차 시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 측은 올해 들어 이런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이더 독자개발을 자신하던 ADD가 400억원 대의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면서 "애초 기술이 있다던 ADD가 뒤늦게 대규모 국민 혈세를 투입하면서 외국 업체의 기술지원으로 레이더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AESA 레이더는 한화 측에서 개발하고 있지만, 만약 국내 개발하는 데 실패하는 등 최악의 경우 국외 구매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방사청은 지난해 밝힌 바 있다.
KF-X 개발사업과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을 놓고 아직도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에서 방위사업 비리 고강도 척결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현재 추진 중인 일부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 우선 점검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내에 방산비리특별TF(테스크포스)를 설치해 방위사업 비리 문제를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서는 그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서 수사를 해온 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면서도 "기종 선정이나 사업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일부 대형 무기도입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든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4대강의 경우처럼 '정책감사' 형식으로 우선 점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KF-X 사업과 KF-X에 장착되는 AESA 레이더 개발사업,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사업, 해군의 대잠초계기 도입사업 등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KF-X 사업은 2026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공군의 기반 전력으로 활용할 120여대의 전투기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건국 이래 최대 무기 사업으로 꼽히며 전투기 생산까지 포함하면 총 18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내년 7월 시제기 6대 제작에 착수하고, 2022년 7월 시제기 1호 첫 비행을, 2023년 첫 시험평가를 각각 마치고 2026년 전투기를 개발하는 일정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뒤에 나오게 될 유인 전투기가 국제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F-35A 도입과 관련해서는 애초 60대에서 40대 도입으로 축소된 과정, 옛 정권 실세 개입 의혹 등이 규명 대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잠초계기 도입과 관련해서는 S-3B '바이킹'으로 결정됐던 기종이 지난해 9월 P-3급 이상으로 변경된 과정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P-8A 포세이돈 기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군은 기종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선행연구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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