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친박 뺀 지도부로 바통터치"…거취 발표 저울질(종합)
내일 비대위 소집해 전대시기 논의…"野 원내대표 역할 막중"
친박 "鄭 책임지고, 홍준표 자중해야"…洪 "친박, 물 흐리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정아란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친박(친박근혜)은 제발 나서지 말라"며 "친박이 배제된 지도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달라"고 말했다.
정 권한대행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안건에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밝힐 가능성이 있다. '바통터치'는 자신이 이번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하지 않고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대여(對與)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 권한대행 주변에서도 일부 친박의 사퇴 요구와 무관하게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는 만큼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정 권한대행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루빨리 건전하고 건강한 새 지도부가 탄생해야 한다"며 "최근 준동하는 일부 친박은 적어도 20대 국회에선 조용히 있어야 옳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두고 친박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사퇴론이 "원내대표든 당 대표든 한 자리를 해보려는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 떠드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을 견제해야 할 야당 원내지도부의 역할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차기 전대 시기를 동시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너무 늦으면 휴가철이 겹쳐 흥행이 어렵다"며 전대 개최 시기로 7월 초순을 염두에 뒀음을 시사했다. 7월 9일 전대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 권한대행은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시돼왔다. 그가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면 당내 '홍준표 추대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선후보는 당권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최근 당 개혁과 쇄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홍 전 후보는 대선 '패장'이라는 점에서 당권에 도전할 경우 경선보다 추대 구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권한대행이 전대에 불출마할 경우 현재로썬 홍 전 후보가 뚜렷한 당권 주자다.
홍 전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몇 안 되는 친박이 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이제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를 지지하는 당 관계자는 "이제 친박이라고 할 만한 현역 의원은 당내 10명도 남지 않았다"며 "일부 강성 친박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그만큼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초선 그룹과 '복당파'의 움직임에서도 이런 기류는 일부 감지된다. 이들의 볼륨은 아직 낮지만, 전대가 본격화하면 "'도로 친박당'이 돼선 한국당에 희망이 없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국민의당 일부 세력과의 '야권 연대'를 위해서라도 친박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면 당에서 친박 색채를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친박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대선에서 24%에 불과한 득표율로 참패하고도 정 권한대행이 물러나지 않고 홍 전 후보가 당권을 노리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당의 목표가 '보수 재건'이라면 좌충우돌하는 홍 전 후보가 아닌 유기준·홍문종·한선교 등 정통 보수를 대변하는 중진 의원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정 권한대행의 '친박 배제'를 언급을 두고 "차기 지도부에서 친박이 배제돼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배제돼야 할 사람이 정 권한대행"이라며 "대선 패배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원내대표직을 계속하고 싶다면 투표로 의원들의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정 권한대행이 책임을 지고 홍 전 후보가 자중해야 한다는 게 몇몇 의원의 견해에 불과하다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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