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文대통령-트럼프, 대북 하모니…같은 성가 부르는 중"

입력 2017-05-18 15:05
美전문가 "文대통령-트럼프, 대북 하모니…같은 성가 부르는 중"

리언 시걸 "군사력 과시·제재공언에 이목뺏겨, 美 대화위한 미세 움직임"

"文, 당분간 제재 유지…'경제적 관여' 재개 서두르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많았지만, 한미 두 정상은 지금 조화(harmony)를 이루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16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한미는 지금으로서는 같은 성가(聖歌)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시걸 국장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를 비롯한 북측 인사들과 만나는 등 북한과 소통해온 대북 전문가다.

시걸 국장은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북 정책에서 불협화음을 낼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놀라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대화는 많은 진전이 가능할 때 생각할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순간이지만 "한미일은 대화에 조금씩 나아가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간 불협화음에 대한 관측이 나온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대화를 미룰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 모든 전문가가 귀 기울였던 것은 '최대한의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시걸 국장은 미국의 군사력 과시와 북한에 대한 제재 공언에 이목을 빼앗겼지만, 트럼프 정부는 과거의 실패한 정책을 내던지고 대화의 길을 열기 위해 미세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5년 만에 오바마 정부가 승인했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트럼프 행정부가 이행하고, 지난 2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KN-15, 북극성 2형)와 김정남 암살 이후에도 미국이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의 비자발급을 승인해준 점 등을 들었다. 다만 김정남이 화학무기인 VX로 살해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은 최 국장에 대한 비자발급을 철회했다.

시걸 국장은 특히 가장 의미 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8일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가 대화를 고려하기 전에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위협을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만 한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구체적인 조치를 이미 취한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걸 국장은 또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신속히 제재와 관계없이 경제적 관여를 재개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잘못 추측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당분간 제재를 유지하고, 경제적 관여 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유인(책)'으로 봤다면서 사드를 재검토하겠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가 성공하지 않는 한 이미 시작한 사드 배치를 원상태로 되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걸 국장은 김정은이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북한이 아직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6차 핵실험이나 ICBM을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 및 핵물질 생산 중단을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2000년 북미 코뮈니케 재공언, 제재 중단, 한국과 협의를 거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논의 시작 합의 등이 취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