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중 재벌, 왕치산 부패관련 "자금출처" 폭로 예고
"시 주석 속고 있다"…"왕치산·멍젠주 지도부 잔류 막겠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의 '포청천'으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 일가의 부패 연루설을 주장한 중국 재벌이 부패관련 자금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 곧 밝힐 계획이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지난 4월 미국 매체인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왕치산 일가의 부패혐의를 폭로했던 중국 재벌 궈원구이(郭文貴)는 18일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곧 기자회견을 열어 왕치산과 멍젠주(孟建柱) 정법위원회 서기 등의 부패 관련 자금에 관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도피 중인 궈원구이는 지난 4월 말 이뤄진 이 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능력 있는 지도자지만 정(情)을 너무 중시하는 바람에 왕치산이나 멍젠주에게 속고 있다면서 이들이 차기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의 추가 폭로가 당 대회 인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영향이 있을게 "확실하다"면서 그들의 지도부 잔류를 막는 게 자신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취안(政泉)홀딩스·판구(盤古)인베스트먼트 창업자로 미국에 도피 중인 궈원구이는 뉴욕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90년 역사의 유서 깊은 호텔 꼭대기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살고 있는 대부호다.
지난 4월 19일 VOA에 출연해 왕치산 등의 부패혐의를 폭로하던 중 갑자기 인터뷰가 중단되고 방송 제작진이 정직처분을 받는 소동이 빚어져 화제를 모았다. 그 자신 부패의 혹을 받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오른 궈원구이 주장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추가 폭로의 내용 여하에 따라 가을에 열린 중국 공산당 대회 인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일문일답
--VOA방송에서 "시진핑 주석의 뜻에 따라 왕치산 일가의 부패를 조사했다"고 했는데.
▲ 공안당국의 현역 차관으로부터 "왕씨 일가를 당신이 조사해달라고 '보스'가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보스가 시 주석이냐고 물었으나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더라. 솔직히 시 주석이 조사를 명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의 부패청산캠페인은 모두 정치투쟁이다. 그걸 지휘한 게 왕치산과 멍젠주다. 시 주석은 진심으로 부패청산을 바라고 있지만, 왕과 멍, 공안당국 부부장이 그걸 이용해 정적들을 체포했다. 차관은 무서운 마음이 생겨 내게 조사를 시켰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출세하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잡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시 주석의 지시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 아마 부부장의 뜻 이었을 거다. 중요한 건 왕치산 일족 등이 부패에 연루됐는지 여부다. 시 주석은 능력 있는 지도자지만 정을 너무 중시한다. 그래서 왕이나 멍에게 속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5년간 더 지도부에 남고 싶어한다. 지 주석이 이를 받아들이면 중국은 큰 재난으로 향하게 된다. 곧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의 자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밝히겠다.
--당 대회에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 확실히 있을 거다. 그게 내 목적이다. 왕과 멍이 (당대회에서) 어떤 지위도 차지하지 못하게 하겠다.
--국내에 지지자가 있나.
▲ 당 관계자와는 전혀 연락하지 않고 있다. 장쩌민과 관계돼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 그런 관계가 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되지도 않았을 거다. 나는 혼자서 하고 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