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중국에만 기대나…필리핀 "EU 원조 안 받겠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개발원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받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하는 EU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츠 예센 주필리핀 EU대사는 17일(현지시간) 필리핀 정부가 더는 EU로부터 신규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고 GMA 뉴스 등 필리핀 언론에 밝혔다.
이에 따라 EU가 계획한 2억5천만 유로(약 3천126억 원)의 필리핀 원조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는 구체적 이유를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에 이번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현지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 정상포럼에서 중국과 연계 국가 간의 항구·철도·도로·산업단지 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1천240억 달러(139조 원)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포럼 기간에 중국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파시그 강에 다리 2개를 건설하는 데 5억 위안(816억 원)을 지원하는 협정도 맺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0월 중국 방문 때는 150억 달러의 투자와 90억 달러의 차관 제공 등 모두 240억 달러(27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
작년 6월 취임과 함께 친중 외교노선을 걷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지원을 등에 업고 마약 유혈소탕전을 비판하는 서방국가의 손을 뿌리치는 모양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필리핀의 인권침해 문제로 미국, EU,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원조를 중단하려면 해라! 구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중국에 의존하는 태도를 보이자 경제지원을 대가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중국에 양보하는 것은 물론 향후 중국 차관의 상환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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