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남은 자들의 말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 = 아동문학평론가 엄혜숙이 권정생(1937∼2007) 선생 10주기를 맞아 펴낸 연구서.
저자는 권정생 문학의 양식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눈다. '강아지똥' 등 초기(1969∼1980) 작품들은 주로 자신의 체험에 기반을 두며 기독교 실존주의의 영향이 뚜렷하다. '몽실 언니', '한티재 하늘' 등을 발표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한 중기(1981∼1990)는 역사적 증언과 체제비판 같은 현실 참여적 경향이 두드러진다. 후기(1991∼2007)의 작품들에서 판타지가 우세한 이유는 현실비판과 함께 대안적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권정생 문학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화두는 '죽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권정생에게 문학은 죽음을 자각하고 비판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행위였다. "그에게서 죽음은 원초적인 문학 충동인바, 기존의 아동문학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등장시키고 그것에 천착해 감으로써, 그의 문학은 기존의 아동문학과 궤를 달리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였던 것이다."
소명출판. 378쪽. 2만3천원.
▲ 남은 자들의 말 = 문학평론가 전성욱이 5·18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분석한 연구서.
저자는 5월 광주를 그린 소설을 크게 '재현의 기획'과 '표현의 기획'으로 나눈다. 재현의 기획은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숭고한 희생에 대한 비장한 감수성에 바탕을 둔다. 가해의 난폭함을 폭로하고 희생은 신화가 된다. 임철우의 대하소설 '봄날'이 재현에 무게를 둔 대표적 작품이라면 정찬의 '광야'는 표현의 기획에 속한다. 역사적 실체를 언어로 재현할 수 있는지 회의하면서도 진실을 표현하려는 열망을 드러낸다. 정찬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되지 않는 참경이었다"고 썼다.
5월의 진실은 쉽게 해명될 수 없고, 고통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학으로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욕은 "가당찮은 오만"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문학의 막다른 끝에서 생생한 지금의 삶으로써 그 한계를 돌파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술의 막다른 끝은 윤리적인 삶이 개시되는 지점이다."
오월의봄. 38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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