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 이전 놓고 미-이스라엘 공공연한 불협화음

입력 2017-05-15 14:02
미 대사관 이전 놓고 미-이스라엘 공공연한 불협화음

틸러슨 "트럼프, 대사관 이전 아직 결정 못 해"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지를 놓고 미국과 중동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이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발언에 주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와 공개적으로 의견충돌을 보이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 NBC 방송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체결 전망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를 평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 결정이 평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하기 위해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내부의 입장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미국이 평화협정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사관 이전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가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4개월 만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1주일을 앞두고 대사관 이전 문제로 양국이 공개적 의견충돌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스라엘을 의식한 제스처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으나, 당선 후에는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사관 이전이 평화 과정을 재개해 평화협정에 도달하려는 새 정부 노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고가 중동 평화를 중재하려는 열망과 직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즉각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성명에서 미국 대사관 이전이 평화 과정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라며, 미국과 국제사회에도 이스라엘의 입장을 누차 밝혔다고 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교육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사관 이전 관련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동 지역 언론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대사관 이전 유예 행정명령을 연장하는 조치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미 의회는 1995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이전 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6개월 유예 행정명령을 발동해 이전을 계속 연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6개월 유예 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행정명령을 연장할지, 연장 서명을 포기하고 법을 발효시킬지 결정해야 한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 이전 문제를 놓고 숙고를 계속하면서 6개월 유예 행정명령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범아랍 신문 알하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2일 이스라엘을 방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직접 평화협상 재개를 선언할 것이라고 10일 보도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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