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미사일 '마이웨이' 선언…목표는 '협상 주도권'(종합)

입력 2017-05-15 15:12
수정 2017-05-15 16:39
김정은, 핵·미사일 '마이웨이' 선언…목표는 '협상 주도권'(종합)

김정은 "핵타격 수단 더 만들고 시험준비 계속"…도발 계속할 듯

北통신 "세기 이어온 미국과의 대결 끝장낼 것"…韓정부 운신 폭 좁아져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과 '햇볕정책 계승'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길을 가겠다며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김정은은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의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한 뒤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나가라"고 명령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전했다.

'필요한 시험준비를 더욱 다그쳐나가라'는 명령도 내려져, 북한은 앞으로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신이 전략 미사일 개발을 "년대와 세기를 이어온 미제와의 대결을 끝장"내기 위한 사업으로 규정한 대목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문재인 정부 출범 등 당장의 대외환경 변화를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무기 개발 계획에 맞춰 움직인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중국의 고강도 압박 속에 핵실험 등 북한의 전략적 도발 없이 '위기의 4월'을 넘기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잦아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는 와중에 이뤄졌다.

노르웨이에서 미국 전직 고위 인사들과 '1.5트랙' 협의를 진행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책임 있는 북한 관리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어서 주목됐지만, 채 하루도 안 돼 미사일 발사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또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찍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이 당분간은 도발을 자제하고 관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아직은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갖춰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테이블'에 앉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현실, 섬멸적 보복타격의 온갖 강력한 수단이 우리 수중에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오판해서도 안된다"고 경고한 데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춰 미국과 대등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며 "주도권을 갖고 협상장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국제사회에 '강요'하기 위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고, 대화를 하더라도 미국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도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은 한미가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최소한의 '신호'로 여겨졌지만, 북한은 이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화도 병행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기본입장이었다.

'북핵문제 해결-남북대화' 병행론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북한의 도발로 섣불리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先) 북한의 태도변화-후(後) 남북대화'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기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교수는 "남북관계는 북한 입장에서는 아직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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