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무력화 효소 분석 성공…"내성균 해결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17-05-13 07:34
항생제 무력화 효소 분석 성공…"내성균 해결 실마리 찾았다"

美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항생제 내성균의 '무기'인 효소의 구조를 를 분석, 내성균과 인류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은 내성균의 항생제 비활성화 효소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8일 자에 실렸다.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는 의료 분야는 물론 농업과 식품산업에도 널리 쓰인다. 이 항생제는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 항균작용을 하는데, 내성균이 점점 많아지며 항생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내성균은 테트라사이클린에 붙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효소(tetracycline destructases)를 가지고 있다. 항생제가 사람의 무기라면 이에 대응하는 내성균의 무기는 효소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 효소가 정확히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조를 분석했다. 내성균으로는 폐렴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을 이용했다.

연구 결과 효소는 눈사람처럼 두 개의 덩어리로 구분되는 모양임을 확인했다. 또 효소의 중심 부분에는 보조효소인 FAD(플라빈 아데닌 디뉴클레오티드·flavin adenine dinucleotide)와 항생제에 달라붙는 자리가 이웃해 있다.

그런데 FAD의 결합 방향에 따라 효소의 구조가 변하며 기능이 다르게 나타났다. FAD가 항생제 결합 자리 쪽으로 기울어 붙으면 효소가 항생제를 분해했고, 항생제 결합 자리 반대쪽으로 기울어 붙으면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는 FAD의 결합 위치를 조절하는 약물을 쓴다면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아 항생제의 효능이 발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논문의 1저자인 박주영 박사는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항생제가 없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새로 개발되는 항생제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미 개발된 항생제의 약효를 보존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