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80대에 월 6만원 이동통신 '요금 폭탄'
(고양=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한 달에 20만원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이 이동통신 방문판매업자의 상술에 넘어가 월 6만원의 '요금폭탄'을 맞았다.
다행히 지역 경찰관의 도움으로 어렵게 계약을 해지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피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경기도 고양시에서 홀로 사는 A(82)할머니 집에 방문 판매원 2명이 찾아왔다.
따뜻하게 맞이한 A 할머니에게 이들은 "TV에서 재미있는 채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휴대전화도 좋은 기종으로 바꿔주겠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해 텔레비전 시청이 거의 유일한 즐거움인 A 할머니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할머니는 "공짜나 다름없다고 해서 계약했다"고 했다.
다음 달 통신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 매달 3천원씩 나오던 요금이 6만원으로 늘어 있었다. 한달 생활비가 20만원 남짓인 할머니에게는 큰돈이었다.
당황한 할머니는 그 길로 집 근처 고양경찰서 행신파출소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할머니 대신 업체와 논의한 경찰관의 노력 덕분에 결국 가입을 해지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달까지 매달 꼬박 내던 6만원도 다 돌려받았다.
A 할머니처럼 나이가 많고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은 악덕 상술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거래를 하면 피해 구제는 쉽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 300명을 조사한 한 결과 77%가 최근 1년 사이에 각종 악덕 상술 판매단에게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고령의 노인이라도 소비자로서 법적 권한은 일반 성인과 똑같기 때문에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구제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이동통신 관련 상품의 경우 노인들이 복잡한 계약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접수되기 때문에 본인 또는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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