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빠진 '시리아 안전지대' 합의…반군 "이란에 우려, 거부"

입력 2017-05-05 17:27
美 빠진 '시리아 안전지대' 합의…반군 "이란에 우려, 거부"

러 "온건 반군과 테러조직 분리하려 설치"…공격·휴전지역 구분 목적

美 "폭력 조장한 이란 보증자 역할에 우려" 회의적 반응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 이란, 터키가 '시리아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했으나 반군이 반발하고 서방이 빠져 있어 그 역할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인 러시아와 이란,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시리아 평화협상의 보증자 자격으로 시리아 '안정화 지역' 설치에 합의했다.

이들리브를 중심으로 라타키아, 알레포, 하마 일부가 대상 지역으로 잠정 결정됐다.



시리아 안전지대 설치안으로 처음 이목을 끈 주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지만, 정작 미국은 이번 아스타나 회담에 참관만 했을 뿐 논의와 합의에서는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안전지대 구상과, 아스타나에서 합의된 안정화 지역은 구별 없이 '안전지대'라는 명칭으로 혼용되나 둘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지대는 시리아 난민 확산·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왔다.

반면 안정화 지역은 시리아·러시아군이 공격 대상 지역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도로 구축된다.



러시아 협상 대표인 알렉산드르 라브렌티예프는 앞서 이달 3일 "(휴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이른바 안정화 지역 설치안을 내놨다"면서 "안정화 지역은 온건 반군조직과 '이슬람국가'(IS)나 '자바트 알누스라' 같은 테러조직을 구분하는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들리브 등에 설치하는 안전지대에 있는 반군은 온건 반군으로 보고 휴전을 준수하되, 나머지 지역에는 자유롭게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합의 보증국 터키에 가까운 반군 조직이 관할하는 지역이 안전지대에 포함돼 시리아·러시아군의 공습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브렌티예프 대표는 시리아 외교부가 안정화 지역 구축 합의를 환영했으며, 해당 지역에 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리아반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수니파 중동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이란에 극도로 적대적인 세력도 적지 않다.

아스타나 회담에서 반군 측 대표단을 주도한 '자이시 알이슬람' 조직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다. 카타르는 또다른 조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대표단은 이번 합의가 시리아 분열을 초래한다며 거부했다.

반군 대표단의 아부 자이드는 "우리는 합의 당사자가 아니며, 이란이 보증국으로 포함되는 한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이란의 역할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어트는 "이란이 보증자 역할로 개입한 것을 포함해 아스타나 (안전지대) 합의에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이란은 오로지 폭력이 늘어나게만 했지 멈추게 한 적이 없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시리아인의 고통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이번 합의가 폭력과 시리아인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