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약 어디까지 지켰나…배넌의 대형 화이트보드 주목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보좌관의 집무실 벽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깨알같이 적혀 있고, 일부 항목에는 체크(V) 표시가 돼 있다.
실천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 공약을 쭉 적어놓고 어느 정도 이행됐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출범 100일을 갓 넘긴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어느 정도 실행됐을까?
언론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매우 짜다. 실천된 공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에 즈음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평가와 퍽 대조적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배넌 보좌관의 화이트보드는 "아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화이트보드일 것"이라며, 그런데 성공한 공약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의회나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에 배넌 보좌관의 화이트보드부터 거쳐야 할 것이라며 보드에 적힌 주요 공약은 이행된 것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배넌 보좌관의 화이트보드는 그의 방을 찾아간 일부 기자들이 이미 목격해 언론계에 어느 정도 알려졌으나 보드에 적힌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최근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이자 유대교 율법학자인 슈멀리 보티치가 이스라엘 독립 선언 기념일을 맞아 그를 방문해 이 보드 앞에서 사진을 찍었으며, 그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보드에 정리된 공약들도 알려졌다.
사진에 포착된 대표 공약들은 반(反) 이민 조치, 국민건강보험법인 '오바마 케어' 폐지 및 대체, 법인세 인하 및 부동산세 폐지, 이민자 '피난처 도시' 재정지원 중단,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이다.
이 공약들은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이유로 이행에 제동이 걸렸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의 내부 반발로 무산됐거나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표류 중인 것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표' 공약 중 하나인 멕시코와 미국 사이 국경에 불법 이민자 차단용 장벽 건설은 빨라야 내년에나 비용이 예산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 화이트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파악하게 하는 안내자가 아니라 그의 실패를 한 눈에 알게 만드는 지침이라고 가디언은 비꼬았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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