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야외수업 금지'…학생 체력에 재뿌리는 미세먼지
학사관리 '뒤죽박죽'…가뜩이나 부족한 체육 활동도 줄어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미세먼지의 공습이 학생들의 활기로 넘쳤던 학교의 일상마저 바꿔 버렸다.
소풍, 체험학습부터 체육수업, 운동회까지 각종 '야외 활동'에 제약이 생겨나면서 학사관리가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8일 경기도교육청의 '2017년 3월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에 따른 조치현황'을 보면 도 전역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된 3월 21일 유치원과 초·중·고교 4천589 곳 중 4천584곳(99.9%)이 실외수업을 금지했다.
도내 2개 권역 13개 시·군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진 3월 13일에도 해당 지역 내 유치원과 학교 1천961곳 중 1천926곳(98.2%)이 야외수업을 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미세먼지가 '주의보'보다 낮은 단계인 '나쁨' 수준인 날에도 상당수 학교가 실외수업을 금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대신 체육수업을 체육관이나 교실에서 하는 것으로 대체하거나 체험학습 등 야외 활동도 실내활동으로 모두 바꿨다.
그러나 미세·초미세먼지의 경우 다른 기상 정보처럼 예측이 쉽지 않아 학교가 미리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커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행평가나 체험학습, 운동회와 같은 주요 학사일정을 당일 갑자기 취소하거나 변경하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른 학사일정까지 모두 손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거의 모든 학교가 실외수업을 금지한 3월 21일에도 5개 학교에선 '수행평가 시행' 등을 이유로 선택적 야외수업을 진행했다.
많은 학교가 운동회를 진행한 5월 1일에도 경기도 대부분 지역은 미세먼지 '나쁨'을 보였으나 일부 학교가 야외 운동회를 강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실기 위주의 체육수업 특성상 학생들이 직접 뛰면서 몸으로 배워야 하는데 기본적인 체육수업은 물론 평가에도 지장이 생길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운동회나 체험학습처럼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예약됐던 것들을 하루아침에 취소, 변경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 당국은 미세먼지로 인해 갈수록 주는 야외 활동이 학생들의 체력관리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야외 활동을 실내로 대체하려면 체육관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도내 학교 체육관 설치율은 60%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교는 각급 교실 등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수업해야 해서 사실상 제대로 된 '체육 활동'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가뜩이나 학생들 운동량이 부족한데 미세먼지로 야외 활동까지 제약이 생겨 대책을 논의 중이나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손쓸 방법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원활한 학사운영과 학생 체력관리를 위해 학교별 유휴 교실 2∼3개 실을 합쳐 실내체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역별 학교 1∼2곳을 정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 학교 공간별 실내외 공기 질 측정을 강화하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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