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에도 손 못 놔요"…생산라인은 '풀 가동'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5월 황금연휴'를 맞아 대다수 직장인이 재충전 시간을 갖지만 여전히 현장에 남아 구슬땀을 흘리는 근로자들도 있다.
업종 특성상 잠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반도체와 정유 업체, 제철소 등이 대표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1년 365일 공장을 가동해야 해 생산직 근무자가 4개 조 3교대(1개 팀은 휴무)로 근무한다.
삼성전자는 미리 연간 휴가 계획을 짜고 이에 맞춰 연차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며칠 휴가만으로 장기 휴식을 누리게 되는 만큼 이를 활용한 직원이 적지 않다.
정유나 석유화학 업종은 라인을 중단했다가 다시 가동하려면 최소 수일에서 최대 1개월이 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의 울산, 여수 공장은 연휴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다만 회사가 직원들에게 개별 휴가를 권유해 일부 직원들은 장기 휴가를 누렸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 출시, 시설공사 등에 따라 업체별로 연휴 근무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기아차는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낀 근무일에 모두 정상 조업을 한다.
시설공사를 하는 현대차 울산 2공장, 기아차 화성공장 등 일부 공장은 2일과 4일 휴무다.
한국GM은 이번 연휴 공휴일에만 쉰다. 그러나 중형차 말리부 등을 생산하는 부평공장은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휴일인 3일과 5일에도 특근을 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2, 4, 8일 등에 공식적으로 정상 근무를 하지만 연차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지난 1일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4 렉스턴 생산 분야는 사전 계약분 물량을 정상적으로 인도하기 위해 휴일에도 특근한다. 일요일인 7일을 빼면 1일부터 9일까지 정상 근무와 특근을 이어간다.
르노삼성차는 2일과 4일 쉬고 어린이날인 5일에는 공장에서 가족초청 행사도 벌인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말 특근 등을 통해 거의 못 쉬고 근무해왔기 때문에 이번 연휴에는 전사적으로 휴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24시간 상시 가동해야 하는 고로(용광로)의 특성상 휴일에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경우 생산직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4조 2교대로 근무하면서 현장을 지킨다. 다만 사무직 직원은 어린이날 전날인 4일을 권장휴무로 지정해 쉴 수 있도록 했다.
현대제철 역시 교대근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생산일정에 따라 고로는 계속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황금연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공휴일에 휴무하고 나머지는 정상근무하는 분위기이나 예정된 납기를 맞추는 데 필요한 인력은 휴일에도 특근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부분의 업체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2, 4, 8일에 생산직 직원의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수주절벽에 일감이 부족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연휴에도 창원 공장에 필수 인력이 출근해 납기 마감이 임박한 설비 등의 작업에 매진한다.
SK㈜의 계열사인 반도체 소재업체 SK머티리얼즈와 원료의약품 생산업체 SK바이오텍은 휴일에도 근무한다. 바이오텍은 공정 특성상 365일 가동 체제를 유지해야 하고 SK머티리얼즈는 주문이 많이 밀린 상태여서다.
대기업보다 인력 사정 등이 훨씬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황금연휴가 딴 세상 이야기나 다름없다.
중소기업은 공휴일에도 대기업에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자영업자들은 하루 문을 닫으면 타격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일인 2, 4, 8일 정상 근무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차지했고 연휴 공휴일에도 중소기업 직원 상당수가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기업 가운데 50.4%는 5월 9일 대통령선거일에도 쉬지 않으며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는 34.1%, 5월 3일 석가탄신일에는 23.7%,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11.1%가 각각 정상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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