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무릎꿇었던 바른정당, 후보단일화 갈등에 최대위기
소속의원 33명중 20명, 安·洪·劉 3자단일화 촉구 입장문
일부 탈당설까지 제기…劉 "후보 팔아넘기는 것 옳지 않다"
"거부는 국민의 뜻 거역" 주장…'이해만 쫓는행위'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류미나 기자 =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바른정당의 내홍이 끓어 넘칠 위기로 치닫고 있다.
당내에서 유승민 대선후보에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3자 '원샷' 단일화를 압박하고, 이에 유 후보가 정면으로 맞서면서 당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체 33명의 소속 의원들 가운데 20명은 이날 입장문 발표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24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심야 의총에서 유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3자 '원샷'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한 데 이날 입장문 발표로 2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면서 "일촉즉발의 국가적 위기 속에 후보 개인의 입지와 정치 셈법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와 홍 후보, 유 후보 모두 3자 단일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독자 완주'를 분명히 하는 유 후보를 일차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다.
이들 가운데 8명은 여의도 모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하고, 입장문 발표 여부와 문안에 대해 사전 조율했다.
특히 유 후보가 세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요구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입장문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무성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에 따라 단일화 논의 창구로 나서고 있다.
이들의 이날 회동은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9일을 단일화 1차 시한으로 보고, 유 후보에게 29일까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1차 시한까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일부 의원들은 탈당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이 있다.
탈당설이 제기된 의원의 수는 일단 1~2명에서 5명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추이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유 후보는 '정공법'으로 맞서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유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출연과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아놓고 자기 당 후보를 가지고 어디에 팔아넘기고 (하는) 이런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경고하는데 이제 흔들기를 그만하고 도와주기 싫으면 최소한 가만 있어야 한다"면서 '경고'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지난 1월 24일 창달 3개월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자칫 일부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하고, 탈당 규모가 커지면 당이 쪼개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당내 갈등은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 빌미가 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25∼27일 전국 성인 1천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3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별 연령별 등 가중값 부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유 후보는 4%를 기록, 정의당 심상정 후보(7%)에게도 밀렸다.
당장 대선에서의 승패와 함께 대선 이후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대선 이후 당의 처한 운명에 따라 다음 행동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후보를 좌파세력으로 규정하고, 좌파세력 집권 저지를 단일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스스로 뽑은 후보에게 사실상 사퇴를 염두에 둔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보수를 약속하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낮은 지지율을 빌미로 후보단일화를 압박하고 탈당설까지 나오는 것은 정치적 이해만 쫓는 행위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유 후보가 이날 "우리가 한국당의 패권, 비민주 등이 싫어서 나왔는데…"라면서 "흔들기를 계속하는 것은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바른정치와 180도 다른 행태"라며 창당정신까지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24일 창당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한다면서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은 연단에 올라 무릎을 꿇어 사죄의 뜻을 표시한 뒤 큰절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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