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예디 감독 "분리된 세상 속에 연결된 모습 보여주려 했다"

입력 2017-04-27 16:24
수정 2017-04-27 17:57
엔예디 감독 "분리된 세상 속에 연결된 모습 보여주려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몸과 영혼' 들고 방한



(전주=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배경이나 문화나 리듬, 모든 것이 전혀 다르고 분리된 세상 속에서 서로 연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일디코 엔예디 감독이 수상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몸과 영혼'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27일 개막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이 작품을 선보인 엔예디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리학자 칼 융이 강조한 것은 개인적인 감성이 아무리 달라도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연결이 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영화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꿈이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같은 꿈을 꾸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도축장에서 고기의 등급을 정하는 여자 주인공과 재무이사로 일하는 남자 주인공은 사슴이 되어 눈이 뒤덮인 숲 속에서 함께 먹이를 찾는 꿈을 꾼다.

두 사람은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점점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주인공은 살아온 환경도, 살아가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몸은 자랐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해 보이는 여주인공은 자신 안에 갇힌 채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살아왔다.

반대로 남자 주인공은 세상의 권태로움을 모두 짊어진 것처럼 이미 농익은 정신을 지녔지만 한쪽 팔을 쓸 수 없는 장애를 지녔다.

영화는 몸과 영혼이 불균형을 이룬 두 주인공이 교감을 통해 타인 속으로 들어가면서 서로를 변화시키는 여정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배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주인공의 꿈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숲 속을 헤매는 두 마리 사슴의 몸짓과 표정, 눈빛 연기가 클로즈업되어 담긴다. 영화에 출연할 사슴을 캐스팅하고 훈련시키는 데에만 반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두 주인공의 일터인 도축장에서 소가 붉은 피를 흘리며 도축되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엔예디 감독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는 도축장이 일반적인 직장일 수도 있지만 동물에게는 죽음을 당하는 장소"라며 "우리는 항상 식탁에서 고기를 먹지만 그것이 어떻게 오는지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헝가리 출신인 엔예디 감독은 1989년 칸영화제에서 '나의 20세기'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마법사 시몬' 이후 18년 만에 발표한 장편영화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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