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 야간 소음 심할수록 남성 불임 위험 높다"
서울대 연구팀, 20만명 8년 추적결과…"소음 따른 불임 위험도 1.3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거주지 주변의 야간 소음이 심할수록 남성의 불임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2002∼2005년 당시 건강했던 20∼60세 남성 20만명을 대상으로 8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 이런 상관관계가 관찰됐다고 25일 밝혔다.
'원치않는 소리'(unwanted sound)로 정의되는 소음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난청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이런 소음이 저출산, 조산, 유산, 선천성 기형 등과도 관련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남성 20만명의 8년 치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지리정보체계(GIS)를 사용해 환경소음을 정량화한 뒤 소음 노출 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이 결과 소음과 남성 불임의 상관관계는 야간에만 그 유의성이 관찰됐다.
야간 소음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은 가장 낮게 노출된 그룹보다 1.5배 더 불임 진단을 많이 받았다. 남성 불임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 소득, 거주지, 운동, 흡연, 음주, 혈당, 비만도, 대기오염 등의 관련 변수를 모두 고려해도 소음에 따른 불임 위험도는 최고 1.26배까지 높아지는 상관성을 보였다.
주간 소음과 달리 야간 소음만 남성 불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낮에는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가 직장에 머물면서 거주지 환경소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야간 소음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인 55㏈을 넘어섰을 때의 남성 불임 위험이 1.14배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55dB의 소음은 옆에서 누군가 보통의 목소리로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 정도에 해당한다.
민경복 교수는 "사람이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인체에 스트레스 반응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내분비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남성 호르몬과 정자 생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환경소음이 심혈관, 정신질환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불임과의 유의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환경소음도 대기오염 못지않게 모든 연령과 지역에서 폭넓게 노출되고 있는 만큼 저출산 시대에 남성 불임을 예방하기 위한 환경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관련 저명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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