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출루·통산 출루율 1위·300출루…'출루형 거포' 김태균

입력 2017-04-22 18:08
연속 출루·통산 출루율 1위·300출루…'출루형 거포' 김태균

지난해에는 '장타' 스트레스에도 시달려

홈런은 줄었지만, KBO리그 출루 기록 바꿔가는 중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지난해 4월, 김태균(35·한화 이글스)은 장타와 출루 사이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6년 한화는 지독한 시즌 초 부진해 시달렸고, 몇몇 팬들은 김태균을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해 3·4월 김태균은 타율 0.294에 그쳤고 홈런은 1개만 쳤다.

홈런이 적고, 평소보다 타율도 떨어지는 4번타자. 팬들의 원성에 김태균은 "더 큰 스윙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실제로 타격 자세를 바꿨다. 하지만 장점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지난해 5월부터 오른쪽 외야 담장을 먼저 본 뒤, 투수에 시선을 두는 타격 자세를 택했다.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걸 방지하려는 의도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에 헛스윙하고, 몸쪽 공 공략이 파울로 연결되는 장면이 반복되자 오른쪽 펜스를 먼저 보고, 투수를 바라보는 방법을 떠올렸다. 정확도는 더 높아졌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미 최고 자리에 오른 선수가 야구에 대한 자세도 겸손하다"고 김태균을 칭찬했다.

김태균은 지난해 타율 0.365로 시즌을 마쳤다. 홈런도 23개를 쳤고, 역대 한화 타자 한 시즌 최다인 136타점을 올렸다. 4월 이후에는 부진에 빠진 적도 없었다.

올해는 시즌 초부터 정교한 타격을 선보인다.

여전히 김태균에게 '30홈런 이상'을 바라는 팬도 많다.

하지만 김태균은 20개 내외의 홈런을 치는 대신, 탁월한 출루 능력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김태균도 30홈런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김태균은 2008년 31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홈런보다는 출루율과 타율에 더 신경 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상대 투수는 상대적으로 약한 한화 타선과 맞서면 김태균을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김태균은 '볼을 고르고, 스트라이크만 치는' 순리를 따랐다. 홈런은 점점 줄었다.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21홈런을 친 김태균은 2012년 한화로 복귀한 후 2014년까지 3시즌 동안 단 한 번도 2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대신 타율과 출루율이 상승했다. 김태균은 2012년 타율 0.363으로 개인 최고 타율을 기록했고, 2014년 0.365로 타율을 더 끌어올렸다.

2016년에는 다시 한 번 타율 0.365를 기록했다.

현역 선수 중 세 차례 이상 타율 0.360을 넘긴 타자는 김태균뿐이다.

출루율은 더 놀랍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출루율 0.450 이상을 올렸다. 2013년 출루율도 0.444였다.

KBO리그 출루 기록도 바꿔가고 있다.

김태균은 21일까지 통산 출루율 0.431로 '타격 달인'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0.427)을 넘어 KBO리그 통산 출루율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300출루(310번) 기록도 세웠다.

그리고 4월 22일 수원 kt wiz전에서 64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가며 펠릭스 호세(63경기)의 종전 기록을 넘어선 신기록을 달성했다.

투수들은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김태균과 정면 승부를 피한다. 김태균은 차분하게 승부했고, 때론 자신이 타점을 올리고 때론 출루로 동료에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홈런을 가장 쉽게 득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출루로 득점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출루형 거포' 김태균은 홈런, 안타, 볼넷 등 다양한 방법으로 KBO리그에 길이 남을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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