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19) 자율과 책임 기반한 지방분권 시대로
중앙권력이 자원배분 좌우하는 '톱다운형' 발전 모델 구시대적
'무늬만' 지방자치제 벗어나 진정한 자치발전 실현
국가사무 이양, 입법권·재정권 등 지방권한 확대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지난해부터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과도한 권력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모든 인사, 조직, 재정권이 대통령과 중앙권력에 몰려 있는 구조의 취약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자원의 배분을 중앙정부가 위로부터 결정하는 모델은 근대화 발전 시대에는 그 효용성이 입증됐지만,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력이 되는 시대로 변화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한 최악의 참사인 대통령 탄핵사태를 딛고 출발하는 새 정부는 일방적인 중앙권력의 지배를 벗어나 분권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은 21세기형 발전모델로 지방분권과 권력분산을 꼽는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나라치고 선진국인 곳은 한 곳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재율 지방분권부산연대 상임대표는 "지방분권으로 지방자치가 발전한 나라, 주민 참여와 자치가 활발한 나라,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과도한 중앙집권적 구조가 지방의 자생력을 잃게 하고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한다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 지방분권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 지방분권 전국연대 조직인 지방분권전국연대와 지역연대 조직인 지방분권부산연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 정책 대선공약 채택과 지방분권 정책실천 국민협약 체결'을 촉구했다.
지방분권연대는 지방분권형 개헌,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지역균형발전 등을 지방분권 3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역생활주권시대 구현, 실질적인 지방자치권 확보, 지방재정 역량 강화, 풀뿌리 주민자치 활성화, 주민참여제도 확대, 지역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지방분권 추진기구 설치 등 7대 정책의제도 발표했다.
이어 각 당 대선후보에게 지방분권 실천 의지를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지방분권 정책실천 국민협약서를 보내 서명도 받았다.
박재율 대표는 "다음 정부는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고 주민자치권, 지방자치단체 종류, 입법권 귀속과 종류, 입법권과 행정권 배분, 자치 조세권과 자치 재정권, 자치조직권, 중앙·지방협력회의 등 내용을 포함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도 단체장도 지방분권 한목소리 =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지난 2월 대한민국 미래 발전을 위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정당 등 정치권에 전달했다.
시·도지사들은 지방자치제도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행정체제 개편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선 기간 공동건의안을 마련해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하고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지방분권 미래포럼, 저명인사 초청 시민강연회, 지방분권 개헌촉구 대국민 대회 등을 열어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시민운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국가경쟁력은 지역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일 수 있고 지역경쟁력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높일 수 있다"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방분권형 개헌을 반드시 이뤄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핵심은 지방자치권 강화와 지방재정권 확충 = 지방분권 시작은 중앙이 가진 인사, 재정, 조직 권한 등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인사, 재정, 조직 등에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행사할 때 실질적인 지방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법에 규정한 자치입법권 범위를 확대하고 벌칙 조항 등 형벌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치권과 함께 지방재정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정부 재원을 지방정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조정하고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를 장기적으로 20% 수준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재정부담을 촉발하는 현행 분권 교부세를 개편하고 지방교부세 비율도 현행 19.24%에서 1%포인트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상·하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양원제를 도입해 지역 대표형 상원의원이 입법과정에서 지방 의견을 반영하고 지방의 이해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상원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국가발전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위해서는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실현돼야 한다"며 새 정부와 국회가 지방분권형 개헌과 법률 제·개정으로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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