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창단 첫 흑자 190억원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입력 2017-04-13 17:15
넥센, 창단 첫 흑자 190억원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2016년 매출액 중 박병호 포스팅 금액만 145억원

"내실 다져 건강하고 지속적인 수익 내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를 운영하는 ㈜서울히어로즈(이하 넥센)가 지난해 2008년 창단 이후 첫 흑자를 달성했다.

프로야구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수익을 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구단의 고민이 숨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넥센의 제10기(2016년 1월 1일~12월 31일)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189억8천300만원, 영업이익은 201억8천600만원이었다.

2015년 당기순손실 23억2천200만원으로 적자를 봤던 넥센은 2016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내면서 자본잠식도 248억원에서 58억원으로 줄였다.

넥센의 지난해 매출액은 626억1천만원으로 2015년(410억9천만원)보다 약 52% 증가했다.

이처럼 넥센의 재정 여건이 1년 만에 크게 개선된 건 박병호 포스팅과 고척돔 효과를 톡톡히 본 덕분이다.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2012~2015년)을 차지한 박병호는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구단에 1천285만 달러(약 145억2천만원)를 안겼다.

2015년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옮기며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약 56억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90억원 가까이 수익이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넥센은 지난해부터 한국 최초의 돔 야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면서 운동장 수입(2015년 53억2천만원→2016년 86억2천만원)과 광고수입(2015년 166억9천만원→2016년 230억8천만원)도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넥센 구단은 근본적인 수익모델 개선이 아닌 '박병호 효과' 등으로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구단에서는 이번 재무제표 결과를 두고 고민이 많다. 박병호 포스팅 금액과 지난해 KBO 구단 분배금 68억원까지 포함해 흑자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넥센은 고척돔으로 옮기면서 입장수입은 늘었지만, 그만큼 추가 지출비용도 늘었다.

넥센은 지난해 고액연봉 선수가 해외 진출(박병호)과 FA 이적(손승락, 유한준) 등으로 팀을 떠나며 선수단 연봉이 2015년 60억원에서 지난해 36억2천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구장 임대료와 관리비용도 늘어나며 지출 역시 2015년 167억8천만원에서 지난해 181억3천만원으로 증가했다.

모기업이 없어 독자생존 해야 하는 넥센은 야구 시장과 경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구단이다.

게다가 당분간은 강정호나 박병호 같은 해외진출 선수로 인한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LG와 개막 3연전에서 만원 관중을 동원하는 데 실패한 걸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관객 입장과 관련 상품 판매 등으로 건강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게 구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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