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맞은 사진작가와 건축가…그들의 작품 세계를 회고하다

입력 2017-04-13 13:43
팔순 맞은 사진작가와 건축가…그들의 작품 세계를 회고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한정식·윤승중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정식과 윤승중은 모두 1937년 서울에서 태어난 팔순 동갑내기다. 한정식은 사진, 윤승중은 건축 분야에서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것도 공통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4일에 나란히 개막하는 '한정식_고요' 전과 '윤승중_건축, 문장을 그리다' 전은 두 대가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자리다.

'한국 추상사진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한정식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다 1968년 3살 연상의 고(故) 홍순태가 만든 아마추어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사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976년 사진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귀국한 뒤 신구대를 거쳐 1982년부터 20년간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 사진학회를 창립하고 학술지를 발간하면서 사진 이론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의 사진은 한국 고유의 미와 동양철학이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물을 촬영하지만, 물성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사물을 찍되 사물이 느껴지지 않고, 사물의 형태가 아니라 느낌이 먼저 다가오는 사진이 이뤄질 때 사진은 사물을 벗어난 것이 된다"며 "사물이 제2, 제3의 의미를 창출할 때 사진적 추상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1980년대부터 작업한 '나무', '발', '풍경론' 시리즈와 추상사진의 완성이라고 할 만한 '고요' 시리즈 등 작품 100여 점이 나온다.

특히 '고요' 시리즈는 작가의 추상사진 지론이 여실히 담긴 작품이다. 수면 위에 떠 있는 이파리, 영광 월출산 도갑사의 실내에 있는 책상 등이 몽환적이고 오묘한 느낌을 전달한다.



윤승중은 서울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1961년 김수근건축연구소에 입사하며 건축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원도시건축연구소 대표로 활동하면서 한국건축가협회 회장과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1978년 한일은행 본점, 1979년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1990년 대법원 청사와 청주국제공항, 2009년 광주과학관 등이 있다.

건축가인 이재준 리마크프레스 대표가 함께 기획한 '윤승중_건축, 문장을 그리다' 전에는 작가의 도면, 스케치, 모형, 텍스트 등 150여 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제1부 '대화의 문장, 역사를 그리다'에서는 건축 이력 50여 년의 성과를 연대기적으로 제시한다.

이어 제2부 '건축의 문장, 논리를 그리다'는 주요 작품의 평면도와 스케치를 통해 작가가 지향하는 건축물의 특성을 조명하고, 제3부 '도시의 문장, 관계를 그리다'에서는 건물이 모여 만들어지는 도시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마지막 제4부 '사람의 문장, 문화를 그리다'에서는 작가와 함께 작업한 다른 건축가들의 말과 글을 통해 윤승중이 이룬 성취와 건축철학을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윤승중에게 건축은 체계적인 문장이나 다름없다"며 "그는 도면에 대화하듯 삶을 그리고, 도시 곳곳에 건축이라는 문장을 새겼다"고 설명했다.

두 전시 모두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8월 6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 02-2188-6000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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