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쓰레기 불법투기에 악취 진동…양심 버린 학생들

입력 2017-04-12 07:10
대학가 쓰레기 불법투기에 악취 진동…양심 버린 학생들

종량제 봉투 미사용 심각…재활용·소각용 구분도 없어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이거 화장실 휴지 아니야? 나 도저히 못 뒤지겠다."



지난 10일 저녁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후문 원룸 밀집지역.

대학가 주변 쓰레기 불법투기 야간 특별 단속에 나선 춘천시 청소행정과 직원들 얼굴이 금세 일그러졌다.

대학생들이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버린 불법 쓰레기에서 화장실 휴지는 물론 먹다 남은 치킨·족발·피자 등 배달음식 찌꺼기, 간편 조리 식품 용기와 생활 쓰레기 등이 뒤섞여 나왔기 때문이다.

단속직원이 불법 투기자를 찾고자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배달음식 주문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주문서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종량제 봉투 미사용 쓰레기에서 학생 번호가 적힌 주문서가 발견됐어요. 직접 와서 확인 부탁합니다"고 말하자 전화기 너머로 "다들 그렇게 버리길래 불법인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금방 갈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금방 오겠다던 학생은 1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직원이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휴대전화는 통화중과 거절을 반복하더니 이내 꺼졌다.

직원들은 이런 일에 이미 익숙해진 듯 고개를 저은 뒤 문자를 보내고는 다른 불법 쓰레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종량제 봉투 미사용 과태료는 10만원.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경미한 위반은 계도하거나 심한 위반도 투기자가 현장에서 종량제 봉투로 옮겨 담으면 과태료를 절반으로 줄여준다.

이처럼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경우 불법 투기자에게 시청 청소행정과를 직접 방문해줄 것을 권유하지만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한 달 이상 연락을 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언제까지 오시지 않으면 형사고발 조치하겠다"라는 문자를 보내면 그제야 나타난다고 한다.

불법투기를 강력하게 부인하는 학생도 많아 단속직원이 직접 거주지까지 찾아가 종량제 봉투 사용 여부를 확인하면 뒤늦게 인정하기도 한다.



단속반이 쓰레기 집하장 몇 곳을 더 돌자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잔뜩 나왔다.

음식물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봉투부터 소주병, 맥주캔, 페트병, 담뱃갑, 통조림, 화장품 등 여러 생활 쓰레기가 재활용, 소각용 구분도 없이 일반 봉투에 담겨 있었다.

불법 투기자를 찾기 위해 봉투를 뜯자 쏟아지는 쓰레기와 함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위가 약한 직원들은 헛구역질할 정도였다.

목장갑은 쓰레기 찌꺼기가 덕지덕지 묻었고, 그 안으로 비닐장갑을 겹겹이 꼈음에도 장갑을 벗은 손에서 냄새가 가시질 않는지 직원들은 손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는 연방 손을 털어냈다.

길고양이들이 봉투를 물어뜯기라도 하는 날에는 일은 두 배로 많아진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장단속 업무를 맡은 정지규 주무관은 "지금은 그나마 낫죠. 여름에는 벌레도 많고, 음식물 구더기가 많이 생겨요. 단속하려고 봉투를 뜯었다가 토한 적도 있었어요"라며 악취를 참고 쓰레기 더미 속을 뒤졌다.

일부 불법 투기자는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집 주소나 전화번호가 적힌 주문표를 조각조각 찢어 버렸다. 직원들이 찢어진 종잇조각을 퍼즐 맞추듯 맞춰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단속반이 2시간여 동안 돌아다닌 집하장만 10여 곳. 직원들은 이날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시가 3월부터 대학가 먹자골목, 원룸촌 등 쓰레기 불법투기 중점관리지역 50곳에 쓰레기 집하장 지킴이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지킴이가 집하장 청소와 관리, 종량제 봉투 사용방법 안내, 불법투기 감시와 계도를 한 덕에 이전보다 깨끗한 거리가 유지되는 것이다.

집하장 지킴이 박성순(71·여) 씨는 "오늘은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혼자 다 치우기 힘들어서 남편이랑 둘이서 한 시간 반을 치웠다"며 "학생들에게 '이렇게 버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손사래 쳤다.

원룸 생활이 처음인 대학생들은 쓰레기 분리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분리배출 전단을 돌리고 학생들에게 설명하지만 그때뿐이다. 한 학기만 지나면 세입자가 바뀌어 단속·계도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게다가 최근 외국인 유학생도 크게 늘어 종량제 봉투 미사용 쓰레기 중 절반가량이 교환학생이 버린 쓰레기다. 유학생들은 분리배출 개념이 없어 대부분이 불법투기한다.



이날 단속에 함께 참여한 강원대 총학생회 임원들도 학우들의 쓰레기 배출 실태에 혀를 내둘렀다.

김한수 총학생회 대외협력차장은 "직접 쓰레기를 파헤쳐 보니 심각성을 알겠다"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우들에게 쓰레기봉투를 직접 나눠주거나 분리배출방법을 알리는 등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달 28일까지 강원대와 한림대 주변 원룸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불시 단속에 나선다. 단속 활동에도 불법투기가 개선되지 않는 지역은 자율 실천을 유도하고자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진길 청소행정과장은 "행정력만으로는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불법 쓰레기가 도로와 집하장 주변을 오염시키고 악취를 유발하는 만큼 깨끗한 거리 조성을 위해 학생 등 주민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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