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때도, 성장할때도, 망할때도…정부가 기업에 돈 준다"

입력 2017-04-10 06:13
"창업할때도, 성장할때도, 망할때도…정부가 기업에 돈 준다"

"규제 속에서 세계 1등 나올 수 없어…도전해야 성장"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6년 활동후 이달말 임기 마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규제는 '네거티브(안 되는 것만 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플랫폼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산업 육성이 아니라 개별 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제2대 중기 옴부즈만으로 임명돼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학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년간 중소기업 옴부즈만 활동을 하며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관점에서 불합리한 규제와 애로를 발굴해 개선하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급성장하면서 자기 이득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통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등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전방위적 사업을 하는 현시대에 특정 '산업'이라는 잣대 하에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을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규제는 대부분 '무엇무엇을 할 수 있다'는 식의 포지티브 방식으로 돼 있으나 김 교수는 이를 '무엇무엇을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새로운 산업이 끊임없이 나오는 현시점에서 정부가 개별 사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이것만 된다', '저것만 된다'고 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상식선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부는 부작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넘치는 사회에 살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또한 규제가 주는 안정감에 물들었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공무원들은 사후 규제가 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예측성 탁상행정만 하고 국민 또한 건강, 아이들 정서, 안전, 안보 등의 이유로 규제 풀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는 매번 세계 1등이 되라고 하면서 기업이 세계 1등으로 뭘 좀 하려고 하면 전례와 관련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해주지 않는다"며 "곤충산업, 드론, 3D 프린팅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한 벤처 3D 프린팅 업체는 인체에 이식할 수 있는 뼈를 신소재로 만들었는데, 이는 세계 최초다.

이 업체는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알아봤으나 세계 최초여서 정부가 요구하는 국내외 임상 자료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 시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힘들어 결국 그 사업을 포기했다.

김 교수는 "일단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한 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부작용을 사후에 규제하는 식으로 바꿔야 기업이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다"며 "지금처럼 매번 다른 나라의 뒤만 따라간다면 글로벌에서 앞서나가기는커녕 먼저 개발을 해놓고도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방식 외에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 자금 지원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실제로 대부분 기업가가 정부에 바라는 것도 돈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창업할 때도 돈 주고, 성장할 때도 돈 주고, 망해갈 때도 돈 주고, 언제까지 정부가 개별 기업들을 먹여살릴거냐"면서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기업들이 알아서 클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그들이 지닌 아이템의 전망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푸드트럭'은 "현장을 모르는 정부 추진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푸드트럭은 땅이 너무 넓어 식당을 찾으려면 한참 가야 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나 어울리는 사업"이라며 "우리나라는 골목마다 포장마차와 식당이 있는데 푸드트럭은 현재 포화한 상권에 경쟁만 더 격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이 괜찮으면 돈은 알아서 들어온다"며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없는 기업은 돈을 열심히 줘도 어차피 망한다"고 말했다.

6년간의 옴부즈만 활동을 하면서 김 교수는 각종 인증규제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옴부즈만 지원단을 구성한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성과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사업 분야의 규제들을 타파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모든 규제와 시스템 뒤에는 그 때문에 이득을 보는 기득권이 있기에 없애기 힘든 것"이라며 "정부가 작정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모두 타파해야 제2의 구글, 제2의 페이스북을 낳는 진정한 창조경제가 우리나라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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