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구조개혁단장 "검찰 기소·수사권 분리돼야"(종합)
"현 국정 상황에 검찰은 공범"…검찰 권한 독점에 작심 비판
서울경찰청 수사 혁신 토론회, 일선 경관 400명 참석해 열기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경찰 태스크포스(TF) 책임자인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이 "지금의 국정 상황에 검찰은 최소한 공범"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황 단장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선 경관을 대상으로 특강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이 공범'이라고 한 이유를 질문받자 "검찰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를 제대로 수사했다면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 검찰 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은 숱한 부패와 인권침해로 입증됐다"면서 "잘못된 제도를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올바른 형사사법 제도로 갈 것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특강에서 '영국 사법체계를 모델로 삼자'고 주장한 그는 "우리는 독일·프랑스와 같은 대륙법계 형사사법 제도를 따르고 있는데, 프랑스는 수사를 판사가 하고 독일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때문에 논쟁 중이라서 둘 다 따라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성숙한 영국 제도를 모델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단장은 앞서 특강 도중 이날 오전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동부지검 준공식에서 "근대 검찰 제도는 시민혁명의 산물로 국민 인권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당시 프랑스의 '공소관'은 지금 우리 검찰과 달리 기소만 했다"며 반박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이에 관해 기자들이 묻자 "국민이 검찰 개혁을 원하니 검찰 총수로서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며 "자신의 임기 내에 위기감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촌평했다.
다만 "수사구조 개혁이 검찰과 경찰의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어떤 형사사법 제도가 공정한지 성찰하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진행된 황 단장의 특강에는 서울의 일선 경찰관 4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1시간여 동안 경청했다.
황 단장은 특강에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차기 정부의 개헌 과정에서 삭제하고, 검찰에게는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은 경찰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경찰이 수사권을 가질 경우 영국처럼 구속영장 신청 권한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경찰의 개선점도 분석했다.
특강 후에는 2시간 동안 일선 수사경찰관들이 검찰의 수사권·기소권이 분리될 경우의 경찰 수사 혁신안에 관해 발제하고 토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장경석 수사부장은 발표를 통해 "1948년 제정헌법에는 영장주의만 규정돼 있었는데, 5.16 군사정변 직후인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의한 개헌에서 갑자기 헌법에 영장청구권이 삽입됐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은 "경찰이 원하는 것은 구속영장 권한이 아니라 수사에 필요한 압수수색·체포 영장 권한"이라면서 "수사권 조정은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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