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숨 가빴던 민주당 경선, 이변은 없었다

입력 2017-04-03 20:14
수정 2017-04-03 20:25
탄핵정국에 숨 가빴던 민주당 경선, 이변은 없었다

48일간의 레이스…安·李 추격전 폈으나 文 대세론 깨지 못해

214만명 선거인단으로 경선흥행…감정싸움 속 후유증도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조성된 조기대선정국을 관통하며 숨가쁘게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3일 문재인 전 대표의 압승으로 '이변 없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기 전인 지난 2월15일 선거인단 모집을 시작으로 48일간에 걸친 경선레이스에 종지부를 찍고 문 전 대표를 앞세워 '본선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이번 경선은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본선 같은 예선'이라는 평가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탄핵 전과 탄핵 후로 나뉘어 2차례에 걸쳐 실시된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2012년 당시 108만명을 두 배 가량 웃도는 214만333명이 몰리는 등 흥행기록도 세웠다.

또한, 탄핵흐름을 주도한 광장의 촛불민심이 경선시작부터 끝까지 관통하면서 야권의 대선판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경선의 출발선에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3인 이외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까지 모두 5명이 서 있었다. 그러나 '광장 공동경선·공동정부'를 깃발로 공조를 펴온 박 시장과 김 의원이 지난 1월26일, 2월7일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 중도하차를 하면서 3파전 구도로 재편됐다.

민주당은 경선에 참여를 원하는 일반국민이 선거인단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호를 열고 이들의 투표가 대의원이나 권리당원 투표와 동등한 가치를 갖는 완전국민경선제를 확정한 뒤 2월13일 예비후보 등록을 거쳐 경선 채비에 들어갔다.

최성 고양시장까지 가세하면서 모두 4명의 주자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2월15일부터 3월21일까지 두차례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3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확정되면서 경선 일정이 본격화됐다.

이 사이 경선구도는 몇 차례 출렁거렸다. 지난해 12월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전후한 탄핵 공간에서는 이재명 시장이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박근혜 정권 등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 이 시장은 야권 지지층의 열광을 받으며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했다.

이후 이 시장의 추격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지난 2월1일 범여권의 유력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낙마하면서 같은 충청권 출신이자 문 전 대표보다 한층 중도·보수 쪽에 서 있던 안 지사가 '수혜'를 봤다.

안 지사는 지지율 20%의 벽을 돌파하며 문 전 대표를 위협하는 듯했으나 '선한 의지 발언' 파장으로 호남 등 야권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오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조기대선 일정표에 따라 권역별 순회경선이 4차례로 압축된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첫 경선지이자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60.2%의 득표율로 다른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며 일찌감치 본선 티켓을 예약했다.

이틀 후인 29일 안 지사의 '안방'에서 치러진 충청경선에서도 안 지사를 10% 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제치고 2연승을 차지했다. 또 31일 '정치적 기반'인 PK(부산·경남)이 포함된 영남 경선에서 파죽지세를 몰아 승부를 사실상 확정 짓는 등 대세론을 등에 업고 질주를 이어갔다.

이날 피날레를 장식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에서도 과반을 기록, 누적 기준 50% 이상을 넘어섬에 따라 결선없이 1차에서 판가름을 짓고 본선행(行)을 확정했다.

서로 '원팀'임을 강조하며 출발부터 '아름다운 경선'을 다짐한 주자들이었지만 경선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상황에 따라 적잖은 후유증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추격자 입장인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의 '토론 기피' 논란을 지피며 토론회 개최문제로 초기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및 선의 발언', 문 전 대표의 '전두환 전 대통령 표창발언' 논란 등을 둘러싼 양 캠프간 설전을 거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정치적 후계자인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간에 감정의 골도 적지 않게 패였다. 두 주자간의 갈등은 11차례에 걸쳐 이어진 토론회 내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다.

또한 지난달 22일 실시된 전국 현장 투표소 투표의 개표결과의 유출 파문이 불거지면서 안 지사, 이 시장측이 반발해 경선 시작부터 파열음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당 선관위는 자체 진상 조사 결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매듭지었으나, 비문(비문재인) 주자 진영에서는 끝까지 의구심 어린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등 당 선거관리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직력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보인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는 이렇다할 위협적 변수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너무 일찍 승부가 결정지어지면서 경선이 김 빠진 측면이 없지 않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제 후보가 된 문 전 대표와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본업'으로 돌아가는 안 지사, 이 시장은 서로 라이벌로 겨누었던 '링'에서 일단 내려와 다시 손을 잡은 채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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