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주 4·3 추념식 왜 갔나…'야권 후보' 각인 포석(종합)

입력 2017-04-03 19:05
안철수, 제주 4·3 추념식 왜 갔나…'야권 후보' 각인 포석(종합)

'文-安 대결' 부각…'보수후보 아니냐' 프레임 공세 대응 목적도

안철수 "4·3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우리의 산 역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국민의당 경선에서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예약한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제주를 찾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전날까지 여섯 차례 순회경선에서 압승을 이어간 안 전 대표가 4일 경선이 치러지는 충청권 대신 '본선'을 겨냥해 제주행을 택한 것이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구도 형성을 위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추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5년 전 대선 당시 4·3평화공원에 왔을 때 이름 없는 위패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대통령이 되면 내년 70주년 추념식 행사에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평화는 다음 세대를 위한 최선의 약속이고, 4·3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우리의 산 역사"라며 "제 모든 능력을 다해서 평화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 캠프의 이용주 미래기획본부장은 통화에서 "추념식 참석은 국가적인 불행한 역사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제주 도민들의 내재된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낼 당시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이날 4.3 추모식 참석은 안 전 대표가 기본적으로 '야권'에 정체성을 둔 대선주자임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서울·인천 경선에서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론을 모두 불살랐다"고 역설하는 등 꾸준히 연대론을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 안 전 대표가 비문(비문재인) 연대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연대론으로 인해 안 전 대표에게 보수 대선주자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질 경우 호남과 진보진영에 포진한 핵심 지지기반이 흔들릴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진보진영 내에 '샤이(shy) 안철수' 지지층이 상당히 잠재돼있다고 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와의 일대일 구도를 위해서는 보수층으로의 확장이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구심력 강화와 함께 이념이 아닌 비전과 정책을 통해 확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대론은 우리가 제기한 게 아니고 보수진영에서 제기한 것인 데다 우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면서 "보수층에는 보수적인 목소리로 다가서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국가운영 능력에 대한 믿음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추념식에 참석한 뒤 서울로 상경해 오는 6일 예정된 관훈토론 초청 토론회를 준비했다.

4일 충청권 경선 및 대선후보 선출 행사를 치르는 데 이어 5일에도 현충원 방문 등의 공식 일정으로 토론회를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만큼, 미리 각종 현안에 대해 점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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