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매처럼 간병 지원해야"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정책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인구 고령화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간병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31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를 열고 국내 파킨슨병 발병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했다.
파킨슨병은 영국의 제임슨 파킨슨(James Parkinson) 박사가 1817년 학계에 처음 보고한 질환으로, 치매·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3만9천265명에서 2016년 9만6천499명으로 12년만에 약 2.5배로 증가했다.
학회에 따르면 올해 초 설문조사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보호자 151명 중 67%(101명)가 '간병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손꼽았다.
특히 보호자의 거의 절반(47%)은 경제활동과 간병을 병행하고 있어 병원 방문 등 별도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치매 환자에 비해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활발하지 않은 점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치매 환자에게는 의료비 지원, 치료관리비 지원,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각종 사회적 지원(치매지원센터,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재가급여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의료비 지원과 장애연금 외에는 지원 제도가 없다.
학회 정책이사인 조진환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40∼50대의 파킨슨병 발병률은 치매에 비해 약 9배 높다"며 "이 병은 신체 및 인지 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치매처럼 가계 부담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데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가 부실해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나도 환자 본인과 가족이 질환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의료기관을 늦게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학회는 파킨슨병 증세가 발생한 이후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9.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파킨슨병 환자 1인당 연평균 치료 기간(입원일 기준)은 약 103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신경계 질환인 루게릭병(35일)의 약 3배다.
학회 총무이사인 김중석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국내 파킨슨병 연구가 치료법과 진단에 집중돼 역학 연구와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초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내 파킨슨병의 현황과 발병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장인 김희태 한양대 의대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간병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만큼 치매와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회는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 입안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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