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집에 가자"…세월호 마지막 여정에 하늘도 울었다

입력 2017-03-31 10:06
수정 2017-03-31 10:15
"이젠 집에 가자"…세월호 마지막 여정에 하늘도 울었다

(진도=연합뉴스) 진도 공동취재단·윤보람 기자 = "배가 올라오는 날도 비가 오더니 오늘도 비가 오네요. 울잖아요, 애들이. 빨리 찾아달라고 울잖아요."

침몰 1천80일만인 31일 '마지막 항해'를 시작한 세월호를 떠나보내는 맹골수도 해역에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불과 400m 떨어진 거리에서 빗속에 뿌옇게 가려진 세월호를 바라보던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 날 오전 7시께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호가 검은 연기와 거친 엔진 소리를 내뿜으며 목포신항을 향해 출발했다.

해경 경비함정 5척이 세월호를 호위했고, 인양 작업자들을 태운 바지선과 미수습자 가족을 태운 어업지도선이 세월호의 마지막 여정을 뒤따랐다.

가족들은 전날 밤 한숨도 못 잔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동하는 내내 세월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젠 집에 가자, 집에 가자"라는 말을 읊조렸다.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는 세월호를 지그시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다 인사라도 하듯 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고(故) 세호군의 아버지인 제삼열씨는 세월호가 이동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미처 배에 함께 타지 못한 가족들과 공유했다.

세월호는 오전 7시 35분께 시속 15㎞로 동·서거차도 주변을 통과한 뒤 도선사를 태우는 지점인 불도로 순항했다.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며 하늘은 흐렸지만 파도가 높지 않아 운항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어업지도선의 김만제 선장은 "세월호가 이동하는 항로는 섬이 많고 협소한 데다 조류가 강하다"며 "같은 길을 통과하는 상선도 있을 수 있어 안전 운항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가사도에서 목포신항까지 들어가는 53.7㎞ 구간이 특히 유속이 세고 수로가 좁아 난코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백형씨는 "세월호가 목포로 가면 남편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꼭 찾을 거다. 9명 모두를 가족 품에 안고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며 "함께 응원하고 기도해주신 국민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세월호가 올라온 건 기적이다. 하지만 9명을 찾아야 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면서 "다윤이를 찾게 된다면 엄마인데도 다윤이를 위해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게 미안하다고, 끝까지 버티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가족들이 세월호를 따라가는 동안 선내 TV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뉴스 속보가 전해졌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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