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마지막 TV토론…'열린 형식'에 검증·공방 업그레이드
안희정·이재명 사실상 '과반 저지연대'로 文에 공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최평천 기자 = 서울 목동 SBS 스튜디오에서 30일 열린 마지막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는 기존에 치러진 토론회에 비해 비교적 제대로 검증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자는 "왜 우리나라 대선후보 토론은 미국처럼 하지 못하느냐는 지적에 따라 각 후보가 발언대에 나와 4분간 발표를 하고 나머지 후보와 문답을 한다"고 소개했고 대선주자들은 이에 맞춰 비교적 '열린 형식'으로 토론에 임했다.
문재인 전 대표·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들을 들고나와 발표했고 다른 후보들과 상대적으로 내실 있는 토론을 벌였다.
안 지사는 전날 충청지역 순회투표 경선에서 한 연설 탓에 목소리가 쉬어 미리 양해를 구했고 최성 고양시장은 재킷을 벗고 발표에 나서기도 했다.
경선의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과반을 막아 결선투표 진출을 노려야 하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은 '과반저지 연대'를 구성한 듯했다.
이 시장은 안 지사를 향해 "(대연정이라는) 굳건한 신념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점은 존중하고 '정치는 저래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추켜 세웠다.
두 사람은 번갈아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무너뜨리려고 협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지사는 자신의 '대연정'을 비판하면서 기존의 보수 진영 인사를 영입한 문 전 대표에게 "반대의 신념을 가지고 있던 분이 자기 세력이 되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기존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자신의 '대연정' 주장은 좋지만 남이 하는 것은 강퍅하고 소통하지 않는 정치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자신이 하는 것은 '확장'이고 남이 하는 것을 '야합'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대연정'의 정의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대연정은 1당과 2당이 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안 지사는 "그런 법칙이 어디 있나"라면서 "보통 1당과 2당이 하는 것을 말하지만 원칙적 의미는 가장 다수를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캠프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주변에 많은 기득권 인사들이 있다는 말과 함께 학계, 언론계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이 시장은 "기득권 인사들에 둘러싸인 문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더욱 기득권자를 위한 정권으로 흘러가지 않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는 우리 사회의 주류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주류가 될 만큼 합리적·개혁적 보수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동 수당 등 정책을 놓고 말 바꾸기가 있었다'는 지적에 문 전 대표는 "다수 국민이 호남·충청 경선에서 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는가"라며 "이 시장이 일방적인 말씀만 되풀이하면 편향적 사고를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수도권의 자치단체장임에도 지난 토론회에서 계속 신경전을 벌여 온 이 시장과 최 시장은 이날도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최 시장이 "이 시장은 재벌체제 혁파를 말하는데 주로 대기업과 재벌 주식에만 투자했다"고 지적하자 이 시장은 "재벌을 개혁해 정상적인 기업을 만들자는 게 제 주장"이라며 "저는 재벌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했다"고 맞받아쳤다.
이 시장은 "(지난 토론회에서) 최 시장을 문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호위무사라고 말한 것이 과했다면 이해해달라"면서도 "팀플레이는 맞는 것 같다"고 말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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