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통일염원'…경의선 복원철도 동판 대부분 '증발'

입력 2017-03-31 06:05
사라진 '통일염원'…경의선 복원철도 동판 대부분 '증발'

코레일측, 10% 정도 잔류 추정…"조사후 일괄 수거해 보관"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그 많은 동판명패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2000년 6월 남북 정상간 첫 회담의 성과물인 6·15공동선언의 실현을 기원하며 국민들이 '통일 염원'을 담아 경의선 복원철도 침목에 부착했던 동판들이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측은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그해 9월 경의선 복원사업에 착수, 2002년 12월 마무리했다.

당시 경의선 철도복원을 위해 문산역에서 도라산역까지 남측 12㎞ 구간에 쓰인 침목은 1만3천226개였다.

한 은행은 이 사업을 위해 침목 1만 개를 기증키로 하고 '통일 한마음 정기예금'을 판매하면서 가입 고객 1만 명을 선착순으로 선정, 고객의 이름과 통일기원 문구를 가로 20㎝ ·세로 11㎝ 크기 동판에 새겨 침목에 부착했다.

또 일부 언론사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경의선 복원에 앞장서기 위해 범국민적 침목 보내기 운동을 벌였고 이에 실향민과 국민들이 역사적으로 자취가 남는 일이라며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

그 결과, 2000년 9월 1일∼11월 30일까지 9억5천50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통일을 염원하는 글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2000년 9월 18일 대통령 김대중, 이희호)를 적은 침목을 기증했다.

이렇게 해서 1만3천226개의 침목에 통일을 염원하는 동판이 모두 부착됐다.



그러나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동판은 문산터널 앞 10여 장과 임진강역에서 비무장지대 구간인 도라산역 구간 일부에만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연합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코레일 측은 10%가량이 침목에 부착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답변만 내놨을 뿐, 이들 동판이 도난을 당한 것인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 관계자는 31일 "경의선 복원이 끝난 뒤 철로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당시 철도청)이 국토부로부터 넘겨받게 됐다"면서 "2005년까지 훼손되고 떨어져 나간 일부 동판들은 접착제를 발라 재부착을 하는 등 보수를 했지만, 이후 유지 비용 문제로 사실상 관리를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2001년 2월 동판명패의 침목 부착 시험을 통해 동판이 쉽게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해 명패 설치를 제안한 언론사에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면서 "같은 해 9월 해당 언론사가 명판 탈락, 분실, 유지관리방안, 민원제기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명패 부착을 요청해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패 설치 때 철도청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했다"면서 "명패가 분실될 것을 대비해 경의선 복원에 맞춰 침목 기증자들의 이름을 도라산역 오른쪽 철제 게시판에 하나하나 새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경의선 복원구간 침목에 남아 있는 기증자 명판을 조사한 뒤 일괄 수거해 향후 조치방안이 나올 때까지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남아 있는 동판을 철도박물관 등에 보관하거나 상징조형물로 제작해 전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산읍에 거주하는 주민 이상현(57) 씨는 "경의선 복원 당시 요란하게 홍보를 해 실향민들이 기금 조성에 많이 참여했을 텐데"라면서 "당시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명패가 아직도 경의선 침목에 남아 있는 줄 알 텐데 이렇게 많은 명패가 분실된 사실을 접하면 얼마나 허탈하겠냐"고 말했다.



n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