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107주년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당분간 결실 힘들 듯"

입력 2017-03-25 16:43
수정 2017-03-29 17:47
"순국 107주년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당분간 결실 힘들 듯"

연구단체·학자 "사드 한중관계 냉각, 북한 협조 난망"

지표투과조사 2년반째 미시행…매장추정지엔 개인분묘 난립

(다롄=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26일 중국 다롄(大連) 뤼순커우(旅順口) 소재 일본 감옥에서 순국한 지 올해로 107주년을 맞았으나 안 의사 유해발굴은 당분간 결실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안 의사 유해찾기에 힘써온 연구단체와 학자들은 최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 냉각 등으로 유해발굴 사업이 당분간 진전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안중근 의사의 뜻을 기리는 사업을 하는 중국의 한 연구단체 관계자는 25일 "안 의사 유해를 찾으려면 중국 당국 및 북한과의 공조가 절실한데 사드 배치, 북한 핵·미사일 발사로 인해 동북아 정세가 엄중해지면서 유해발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안 의사 유해가 현재 감옥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옛 뤼순감옥 공동묘지의 어딘가에 묻힌 것으로 판단되며 한국 국가보훈처가 2014년 해당 지역에 '지표 투과 레이더'(GPR) 조사를 하도록 중국 측에 요청했으나 2년 반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가 시행되려면 중국 당국의 의지가 중요한데 사드 사태로 악화된 한중관계에 비춰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며 "북한과의 보조를 맞춰 GPR 조사를 관철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현재의 남북관계로 볼 때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안중근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인 점에서 안 의사 유해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 북한을 고려해 GPR 조사 도입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집행 전 두 동생에게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뒀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일제는 안 의사 묘지가 생길 경우 일제 침략에 맞서는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인의 성지(聖地)로 여겨질 것을 두려워해 그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지 않고 어딘가에 유기한 뒤 공식적인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일본, 중국, 러시아 측에 안 의사 사형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받은 자료에선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2005~2007년 남북한 실무접촉과 남북공동조사단의 뤼순 현지 조사가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안 의사 시신이 매장된 곳으로 추정되는 뤼순감옥 공동묘지 야산은 수십 년 동안 암장(暗葬)된 개인분묘 수백여 기(基)가 난립하고 상당수는 허물어졌으며 잡초와 나무가 자라 원형을 찾기 힘든 상태이다.

10여 년 동안 안 의사 유해찾기에 힘써온 김월배 다롄 외국어대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찾기는 남북한, 중국, 일본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만큼 한·중·일 유해발굴 공동위원회를 설립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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