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입력 2017-03-23 19:26
[신간]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세계사 속 근대한일관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 박이대승 지음.

한국에서는 왜 억울한 죽음이 끊이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까.

학부에서 물리학을 배운 뒤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개념'의 부재에서 찾는다. 여기에서 개념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 지식이 아니라 언어생활에서 나타나는 경향을 지칭한다.

저자는 말과 의미의 관계를 고정하려는 경향을 '개념언어', 말과 의미의 유동적 관계를 활용하는 경향을 '정치언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청년'이라고 하면 개념언어로는 만 15∼34세의 인구 집단을 가리키지만, 정치언어로는 실업으로 괴로워하는 젊은이나 사회 진보를 추구하는 개혁적인 청춘을 뜻한다. 베스트셀러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88만원 세대'는 청년이 정치언어로 사용되도록 부추겼다.

문제는 개념언어는 사라지고 정치언어가 범람하면서 사람들이 '청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합리적 토론과 소통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저자는 또한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불쌍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성향이 강하다고도 지적한다. 피해자가 정치적 권리의 주체가 아닌 피해자로서 가만히 있기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예로 들면서 "한국에서 고통받는 집단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보편적 문제로 제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강점과 경험에 호소하는 정치언어가 필요하다"며 "사회는 이들에게 관심을 주는 대신 더 불쌍하게 보일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오월의봄. 324쪽. 1만6천원.

▲ 세계사 속 근대한일관계 = 나가타 아키후미 지음. 김혜정 옮김.

일제가 한반도 침략의 야욕을 드러낸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까지의 한국과 일본 역사를 국제정치사적 관점으로 정리했다.

'미국, 한국을 버리다'와 '일본의 조선통치와 국제관계' 등 두 권의 한국 관련 서적을 펴낸 나가타 아키후미(長田彰文) 일본 조치(上智)대 교수는 강대국이 짜놓은 역학관계 속에서 양국의 근대사가 어떻게 펼쳐졌는지 조명한다.

저자는 일제가 강화도조약, 을사늑약을 거쳐 1910년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았고, 이 과정의 일차적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를 용인한 미국, 중국, 러시아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반도는 역사적 경위에서 볼 때 주변의 여러 국가나 이해 관계국으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은 현재 한반도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일조각. 288쪽. 1만6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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