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끼리' 얼굴 붉히는 경선…본선 가면 '원팀' 될까

입력 2017-03-22 20:00
수정 2017-03-22 20:40
'동지끼리' 얼굴 붉히는 경선…본선 가면 '원팀' 될까

민주 '盧적자' 文·安 설전…'네거티브 책임' 놓고 감정대립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도 경선 가열시 '네거티브 유혹'

후보간 등 돌리면 포스트경선 '빨간불'…대선판도 영향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강건택 기자 = 주요 정당의 대선 경선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심상찮은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만이 가진 정치철학과 정책을 부각하면서 상대 후보의 빈틈을 파고드는 게 '선거의 공식'이지만, 일부 정당의 경선이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자칫 심각한 경선 후유증으로 이어지며 정작 본선에서 당의 대표선수를 중심으로 단합된 역량을 발휘하는 데 있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네거티브 공방은 '본선 같은 경선'을 치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확연하다. 그 중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적자로서 '동지적 관계'로 인식되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리 잡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빅 이슈로 자리매김한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이나 '선의' 발언 논란에도 선을 넘지 않으며 '동지애'를 과시했던 이들이 '전두환 표창' 공방 과정에서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안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고 썼다. "문 대표와 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하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게 목표라면 성공했다"고도 했다.

호남 경선을 닷새 앞두고 반전의 모멘텀이 절실한 안 지사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안 지사의 성정상 '정떨어지게' '질리게' 등의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문 전 대표에 대한 깊은 분노의 표출이라는 게 안 지사 측 설명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는 당부를 다시 한 번 드리겠다"고 응수했다. 안 지사의 문제 제기 자체를 네거티브라고 보고 정면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두 후보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결별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판세대로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안 지사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으면 대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중반대의 지지도를 보인 문 전 대표가 20% 안팎의 지지층을 가진 안 지사의 중도 보수표심을 흡수하지 못하면 본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앙금으로 안 후보가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게 패인의 하나였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서는 아직 민주당과의 같은 과열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선이 날로 격화하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동반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 경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연대론을 비롯해 개헌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감정싸움으로는 비화하지 않고 있다.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간 감정싸움을 동원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보수의 본령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 탓에 당장에는 내전(內戰)을 벌이지 않고 있다. 대신 '대세론'을 달리는 문 전 대표를 '공통의 적'으로 삼아 연일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홍준표 경남지사가 보수 진영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선이 날을 거듭할수록 홍 지사에게로 타깃이 집중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경선 초반 정책토론에 집중됐던 바른정당 경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을 겨냥한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유승민 의원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양상이다.

남 지사는 전날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경제전문가가 아닌 경제분석 전문가"라고 직격했고, 유 의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생인데 요즘 좀 까칠해졌다.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통상 앞선 주자에게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해주고 추격자에게는 판을 흔들 소재로 활용되는 선거판의 생리상 네거티브 전략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이 분명하다.

주목할 대목은 이런 과열 양상이 경선 흥행 효과를 일부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경선 이후 본게임에서 후보 간 화학적 결합에 걸림돌로 작용, '패자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대선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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