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식 이름 탓"…전직 美 경찰국장도 공항서 90분간 구금

입력 2017-03-22 04:02
"아랍식 이름 탓"…전직 美 경찰국장도 공항서 90분간 구금

'反 이민명령' 발동 후 무차별 적용…과잉적발 논란 확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 발동 이후 미 전역의 공항에서 이름 탓에 이민단속 요원들에게 구금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과잉단속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 경찰국장 출신 하산 아덴(52)은 지난 13일 뉴욕 JFK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에게 끌려가 90분간 구금됐다 풀려났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어머니 팔순 잔치에 참석하고 입국하던 중 아랍어 이름 탓에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에게 적발된 것이다.



아덴은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서 26년간 경찰로 재직하다가 2012년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 경찰국장으로 영전해 3년 뒤 퇴직하고 경찰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혁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이다.

아덴은 "과거 경찰국장 재직 시에는 공항에서 이민 직원들이 여권을 돌려주면서 '모국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맞아줬다"면서 "이번에는 혼자 여행했느냐고 묻더니 다짜고짜 잠깐 걸으며 얘기를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CBP 직원이 나를 데려간 곳은 임시 사무실로 벽에 '휴대전화 사용 일체 엄금', '앉아서 대기하도록 할 것'이라는 주의문이 있었다"면서 "이는 자발적이지 않은 명백한 구금으로 나는 하릴없이 90분간 구금됐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아덴은 CBP 직원에게 자신이 전직 경찰국장이라는 사실을 밝혔으나, CBP 직원은 "직업이 무엇이었느냐는 중요치 않다"고 차갑게 맞대응했다는 것.

이에 다른 직원이 다가와 "'감시 명단'에 올라있는 누군가 아덴의 이름을 가명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포착돼 다른 연방기관과 이중체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아덴은 전했다.

아덴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 이민 행정명령에 관한 얘기는 언론을 통해 알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름 때문에 90분씩이나 구금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며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아들인 알리 주니어(44)도 아랍어 이름 때문에 두 번씩이나 공항 검문에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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