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시리아 완충지대 골란고원에 다시 전운

입력 2017-03-20 14:09
이스라엘-시리아 완충지대 골란고원에 다시 전운

이스라엘 공습에 시리아 대공미사일로 반격

이스라엘 애로우 미사일 요격 시스템 첫 실전 가동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이례적으로 미사일까지 동원한 충돌을 벌이면서 양국 완충지대인 골란고원에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전투기의 시리아 공습에 맞선 시리아군의 지대공 미사일 대응과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 가동으로 국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양국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지난 16일 국경 지역의 시리아 목표물 여러 곳을 공습하자 시리아군이 지대공 미사일로 응수하면서 충돌이 점화했다.

그동안 양국 국경은 헤즈볼라 목표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간헐적 공습과 시리아 측의 우발적 공격으로 저강도 긴장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처럼 첨단 미사일 까지 동원한 충돌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6년 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벌인 가장 심각한 충돌이라며 사태추이에 주목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쿠네이트라 지역에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무기를 운반하던 차량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민병대는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반군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리아군 방공부대 장교 한 명이 숨졌다. 범아랍 알마야딘 TV는 헤즈볼라 지휘관 한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 공군기 4대가 영공을 침범해 군사시설을 공격했으나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 이스라엘 공군기 한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측 발표를 부인하고 자국 공군기가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채널 10 TV는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첨단 애로우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실전 가동, 시리아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내에서 폭발하기 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웹사이트 'Y넷'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스라엘군이 애로우2 미사일로 이스라엘 국경 밖 100km 영공에서 시리아의 S 200 개량형 지대공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9일 이스라엘 라디오 회견에서 시리아 내전에 간여할 의도가 없다면서 그러나 "시리아가 우리를 향해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면 주저 없이 미사일망을 완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시리아가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려고 하면 언제든지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반대하지만, 시리아 내전에 휘말리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선언한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골란고원에 전선(戰線)을 새로 형성하려 하지 않는 한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반군 거점 알레포를 탈환하고 잇단 승세로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지자 이스라엘도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사드 정권의 내전 승리는 북부 국경지대인 골란고원과 남부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에 두개 전선이 들어서는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후 러시아 외교부는 모스크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우방인 시리아를 공격한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앙숙인 이란과 함께 시리아 내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 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주요 개입국이며 평화회담 중재자인 러시아로선 이스라엘-시리아 국경 긴장이 시리아 평화회담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양국 '핫라인' 구축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번에 시리아를 공습하기 전 핫라인이 가동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 대부분을 차지한 뒤 1981년 합병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까지 이스라엘-시리아 국경은 비교적 평온을 유지해왔지만, 양국은 아직 기술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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