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 비움박물관장 "문화의 텃밭 돼 휴식 공간 되길"
민속품 2만여 점 모아 박물관 개관…1주년 맞아 17일 무료 개방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문화의 텃밭이 되어서 누구라도 들러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해 3월 광주 동구에 비움박물관을 연 이영화(70·여) 관장은 16일 개관 1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전남 곡성에 신접살림을 차린 이 관장은 초가지붕이 헐리고 한옥에서 쓰던 생활용품이 버려지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대나무밭에 밥그릇의 일종인 막사발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아까운 마음에 안 깨진 막사발 3개를 주워 모은 것이 수집의 시작이었다.
이 관장은 집 주변에 버려진 생활용품을 주워 모았고, 1974년 광주로 이사를 와서는 예술의 거리에서 골동품을 사 모았다.
장독, 맷돌, 흙손, 꼭두, 등잔대, 벼루, 필통, 목단단지, 물레, 술병, 인두, 골침배개, 도마, 부삽, 찬합, 떡살 등 선조들이 쓰던 생활용품 2만여 점이 이 관장의 손길을 받아 다시 세상에 나왔다.
값비싼 골동품은 아니지만, 손때 묻고 빛바랜 민속품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니게 됐다.
5층 규모의 비움박물관에는 이 관장이 정성스럽게 모은 민속품이 선보이고 있다.
농경시대의 마당과 부엌, 대청, 안방, 사랑방의 문화는 물론 우리의 전통 장례의식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플라스틱에 밀려 지금은 사라진 민속품은 다소 투박하지만 옛사람들의 지혜와 삶이 녹아 있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관장은 "민속품을 어루만지면서 문화라는 것이 곧 삶이고 문화가 남겨지면 예술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문화의 텃밭이 되어서 누구라도 들러서 쉬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속품을 모으기 시작할 때 호남고속도로가 만들어졌는데 자연을 파괴해도 들풀이 고속도로를 감싸주는 것을 봤다"며 "민속품은 한국인의 감성을 감싸주는 들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이 관장은 우리의 민속품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바랐다.
이 관장은 "홀대만 받던 민속품이 국립 박물관에서 전시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면 한다"며 "인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올해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비움박물관은 개관 1주년을 맞아 17일 하루 무료로 박물관을 개방할 예정이다. (문의 : ☎ 062-222-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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