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김정남 가족 DNA 출처 안 밝히나, 못 밝히나

입력 2017-03-16 10:27
말레이, 김정남 가족 DNA 출처 안 밝히나, 못 밝히나

중국 등 관련국 정보당국 통해 비공식 입수 가능성도

(쿠알라룸푸르·자카르타=연합뉴스) 최현석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을 조사해 온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자녀의 DNA 샘플을 입수하고서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중국 등지에 거주 중인 유가족을 직접 접촉하지 못하자 관련국 정보당국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DNA를 손에 넣었을 것이란 추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5일 기자들을 만나 "경찰청장이 이미 자녀 중 한 명이 제공한 DNA 샘플에 근거해 '시신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파악됐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미 김정남의 자녀와 접촉해 DNA 샘플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앞서 현지 경찰은 지난 10일 피살자의 신원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했으나, 신원확인 수단에 대해선 함구해 왔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유족이 DNA 검사에 응했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확인했는지에 대해선 더 설명하지 않겠다. 증인들을 위해서 어떤 설명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현지에선 김정남 피살로부터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유가족이 나서지 않자 경찰이 접촉을 포기하고 얼굴의 점과 문신, 소지품 등 2차 증거를 통해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왔다.

자히드 부총리의 발언은 분분한 추측과 달리 경찰이 DNA 검사를 통해 김정남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김정남이란 인물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망자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 아닌 평범한 북한인이라고 강변함으로써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렇게 사망자의 신원 자체가 외교적 쟁점이 되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선 DNA 검사가 필수적이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DNA를 입수한 경로다.

현지 외교가에선 중국 베이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첫번째 부인과의 아들인 김금솔이나, 최근 제3국으로 도피한 둘째부인과의 한솔·솔희 남매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보건부 장관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경찰이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한 이후에도 "가족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고 공언했다.

김정남의 자녀가 말레이시아를 찾아 DNA 검사에 응했다면 이미 시신 인도 절차가 개시돼야 할 시점이지만, 이와 관련한 동향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유가족이 시신을 넘겨 받으려면 앞으로 2∼3주 이내에 인수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녀의 DNA를 확보해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입수 경로를 밝히기 힘든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남 가족의 생체정보를 보유한 관련국 정보당국으로부터 DNA 샘플을 넘겨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런 경우 입수 경로를 밝힐 수 없고 밝혀도 북측이 부인하면 그만인 까닭에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신원확인 작업에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김정남의 장남으로 알려진 김금솔의 DNA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20명이 넘는 인력을 배당해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에 협력하고 있으며, 김정남의 지문 등 생체 정보도 말레이시아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harrison@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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