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아닌 '심판' 택한 황교안…철저한 보안속에 불출마 결정

입력 2017-03-15 18:59
'선수' 아닌 '심판' 택한 황교안…철저한 보안속에 불출마 결정

국무회의 직전 총리실 간부회의…"어떤 결정 내려도 잘 따라달라"

반기문 퇴장 이후 40여일간 '롤러코스터' 지지율 끝에 결국 불출마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권한대행의 대권 가도가 이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날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결정은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당초 황 권한대행이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선일을 확정하고 대선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총리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철저하게 함구했다.

총리실이 국무위원들에게 임시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알린 시간은 오전 11시. 특히 총리실은 말이 새나가지 않도록 국무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했다.

총리실은 이로부터 한 시간 뒤인 오후 12시 각 부처에 공식적으로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통보했다. 총리실은 각 부처에 보안을 유지해달라는 지시도 함께 내려보냈다.

언론에는 회의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에 공지할 계획이었지만, 먼저 보도가 나오면서 예정 시각보다 10분 빠른 오후 12시 50분에 공지를 했다.

황 권한대행은 오후 2시 임시 국무회의를 하기 직전 총리실 간부들을 소집해 미리 입장을 이야기하고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잘 도와줘서 고맙다"며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잘 따라달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황 권한대행이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것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퇴장한 지난 2월초 이후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지난 1월에만 해도 4∼5% 수준이었지만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10%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반 전 총장 지지층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것이다.

15%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오른 조사 결과도 있었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의 구애도 갈수록 강해졌다.

황 권한대행의 행보 역시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황 권한대행은 '현상유지'만 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하루에 4∼5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했다.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음 날인 지난달 2일에도 5개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주자급 행보를 보였다.

황 권한대행 역시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을 때면 "국정 운영에 매진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해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은 거기까지였다. 황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이란 직위를 내려놓고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했고, 지지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지지율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2인자가 대선에 출마하는 게 적절하냐는 '책임론'도 불거졌다.

결국 황 권한대행은 40여일간 지지율 등락속에 장고(長考)를 거듭하다 '선수'가 아닌 '심판'의 길을 선택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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