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정병국, 대표직 던지며 '포스트 탄핵' 승부수

입력 2017-03-10 18:01
수정 2017-03-10 21:28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직 던지며 '포스트 탄핵' 승부수

지지율 바닥에 위기감…鄭 "黨 활로 계기 바란다"

김무성·오세훈 차출여부 주목…외부영입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류미나 기자 =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가 10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파면) 선고 직후 대표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총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정 대표의 사퇴는 당이 처한 위기의식의 발로이자 이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당의 활로 모색을 위한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선을 긋고 '진짜보수'를 내세우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지난 1월 24일 공식 창당했다.

그러나 당은 물론 당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지지율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창당 직전인 1월 셋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9%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계속해 3월 둘째 주(7~9일) 조사(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5%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유 의원 지지율은 1%에 머물렀다.

바른정당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탄핵 주도세력으로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해왔다.

이를 위해 정 대표가 직을 던지는 충격요법으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새로운 인물에 의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민 대통합과 당세 확장을 위해 "대표 자리를 비켜났을 때 그런 룸(공간)이 생긴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바른정당의 활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탄핵 기각 시에는 의원직 사퇴를, 탄핵 인용 시에는 당대표직 사퇴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세 확장과 관련해 자유한국당내 30여명의 탄핵 찬성 의원들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헌재의 탄핵에 대해 한국당내에서 수용하느냐 불복하느냐 논란을 하고 있는데, 그 수용 세력들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의총에서 "사전에 말씀을 못드려 죄송하다"고 밝혔으며, 당 지도부 등 소속 의원들은 정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당황했다. 의총장에서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바른정당은 의총에서 후임 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당분간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로 했다.

이제 관심은 후임 수장을 비롯해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를 계기로 바른정당이 비상할 수 있을지다.

정 대표는 의총 종료 후 기자들에게 "국민 대통합과 당세 확장에서 문을 열어놓고 보수의 적통으로서 건전한 보수세력과 함께할 수 있게 길을 열고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후임 대표에 정치적 무게감이 큰 김무성 의원이나 오세훈(전 서울시장) 최고위원 차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의원과 오 최고위원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며, 김 의원은 황영철 의원이 본부장인 전략홍보본부의 부본부장을 맡아 사실상 백의종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당에서 제안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비워놓고 대통합 노력을 시작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바른정당이 문을 열어놓겠다고 한만큼 외부에서 당 대표를 물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제3지대 빅텐트' 물색에 나선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유승민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이날은 남경필 지사를 만나기도 했다.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입당 여부와 역할도 주목된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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