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던져진 이재용 재판…특검-삼성 2라운드 혈전 돌입
뇌물 여부·부정한 청탁 존재·대통령-최순실 관계 등 쟁점
법원행정처-재판연구관 거친 '형사통' 이영훈 부장판사 심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를 재판의 첫 준비절차가 9일 열린다. 특검 수사에 이어 법원 재판으로 '2라운드' 공방이 시작된 셈이다.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게 건네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한 총 433억원의 돈을 박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평가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혐의 중 구속영장 청구 때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핵심 쟁점은 뇌물공여 부분이다.
법원은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를 이유로 들었다. 이후 2번째 청구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분은 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올로직스 상장 등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에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이를 입증하려면 먼저 민간인인 최씨 측에 건넨 지원금이 박 대통령에게 준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박 대통령과 최씨 모두 '국정농단'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범' 관계라는 점을 특검팀이 얼마나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이 실제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달라고 청탁했는지 입증하는 것도 특검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은 모두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미 최씨가 비슷한 사실을 두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로 재판을 받는 부분도 특검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이 박 대통령 측의 강요로 이뤄졌다고 보고 최씨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반면 사실상 같은 행위에 대해 특검은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과 박 대통령이 '거래'했다는 취지인데 서로 모순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최씨의 재판에서 이 쟁점이 제시됐다. 검찰은 최씨의 재판에서 "특검의 기록을 검토한 뒤 공소장을 변경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사건과 별개로 최순실-장시호씨가 관리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 후원금 16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뇌물죄와 강요죄는 양립이 안 된다.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면서 본인 재판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향후 쟁점화할 태세다.
한편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지난달 20일 신설됐다. 이미 다른 사건들이 쌓여 있는 다른 기존 재판부와 달리 이 부회장 사건에 집중할 수 있어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장인 이영훈(47·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해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전국 법원에 적용되는 형사 법령·제도·정책 관련 사항을 연구하는 형사정책심의관과 형사심의관을 역임했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형사재판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2015년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을 지내고 지난달 정기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겼다. 활달하면서도 사려 깊은 성격으로 동료와 선후배의 신망이 두텁다.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면서도 엄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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