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미, 지키미, 돌보미…잘못 쓴 관공서 용어 수두룩

입력 2017-03-05 06:28
살리미, 지키미, 돌보미…잘못 쓴 관공서 용어 수두룩

(전국종합=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에 사는 김모(44)씨는 최근 경북도가 운영에 들어간 '경북 환경살리미'란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내 시·군이 채용한 환경살리미는 환경오염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수습을 돕는 사람이다.

김씨는 "살리다란 말의 명사형 '살림'과 사람을 가리키는 의존명사 '이'를 결합한 말인 만큼 '살림이'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살림이나 살리미 모두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그러나 본래 뜻을 생각한다면 살림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그런데도 경북도는 살림이가 아닌 살리미란 용어를 쓰고 있다.

이처럼 전국 지방자치단체나 기관·단체가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를 쓰면서 잘못된 표현을 쓰는 것은 한둘이 아니다.

지키미, 살피미, 돌보미, 알리미 등 잘못 쓴 용어가 넘친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살피미, 도우미, 지키미 등 시민으로 구성한 '더안전시민모임'을 운용하고 있다.

살피미는 재난위험시설 주변에 사는 주민, 도우미는 기술사나 건축사, 지키미는 시설물 소재지 동장이다.

부산시는 반려동물 돌보미, 충북도는 행복지키미 사업을 펴고 있다.

돌보미나 지키미도 사람을 가리키는 만큼 돌봄이, 지킴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 국립국어원 측 견해다.

국립국어원은 "지키다의 명사형 지킴과 의존명사 이가 결합한 말은 지킴이가 맞는다"며 "다만 돌봄이는 국어사전에 없어 표준어 형태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돌보다의 명사형 돌봄과 의존명사 이가 결합한 말이라고 보면 돌봄이로 쓰는 것이 알맞다"고 설명했다.

돌봄이는 사전에 없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지킴이는 사전에도 있다.

이렇게 잘못 쓴 용어가 퍼진 것은 1993년 대전엑스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엑스포를 열며 주최 측은 행사 운용요원을 도우미라고 썼다.

도와주는 사람이란 뜻을 살린다면 '도움이'라고 해야 하지만 주최 측은 도와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으로 '도우미'란 말을 만들었다.

그때도 '도움이'로 써야 하는 말을 잘못 썼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 말이 행사 이후에도 널리 퍼져 국어사전에 등재됐다.

이제는 산후도우미, 가사도우미, 노래방 도우미처럼 도우미는 두루 쓰인다.

문제는 그 뒤부터 명사형과 사람을 가리키는 이가 결합한 말이 대부분 도우미처럼 연음으로 처리해 원형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관공서가 쓰는 잘못된 용어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씨는 "지키미나 돌보미가 표준어로 인정돼 사전에 올랐다면 모르겠으나 지금은 틀린 말이다"며 "도우미는 사전에 올랐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른 말은 바르게 쓰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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