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쿠션 바르고 눈썹 그린다…남성화장품 시장 1조원 넘어

입력 2017-03-04 14:01
남자도 쿠션 바르고 눈썹 그린다…남성화장품 시장 1조원 넘어

깔끔하게 핸섬하게…그루밍 시장의 진화

제모·색조 등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그루밍 트렌드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A씨는 최근 한 색조브랜드 브로우바에서 눈썹 정리를 받고 왔다.

본인이 눈썹 칼로 정리하다 보니 모양이 잘 잡히지 않는 등 한계가 있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는데 마음에 든다.

쿠션팩트로 피부를 정돈하고 브로우바를 나선 A씨는 최근 여드름이 올라오는 턱 주변에 바르는 피지 관리 크림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인근 화장품·뷰티소품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를 둘러보던 A씨는 다가오는 여름, 반바지를 입을 때를 대비해 다리털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리털 숱 제거기를 집어 들었다.

A씨는 남자지만, 이제는 남자도 가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이르는 '그루밍족'이 진화하고 있다.

초기 그루밍 족들은 스킨·로션, 왁스, 향수 등 기본 제품에 주로 관심을 뒀다면 요즘 그루밍족들은 모공과 피지 등 관심 분야별로 스킨케어를 하는 데 더해 색조 메이크업과 제모 제품에까지 손을 뻗친다.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남성메이크업 제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0%나 신장했다.

여성 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쿠션 파운데이션'의 남성 버전인 올리브영의 '올인원쿠션'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서 '남성용 BB크림' 카테고리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G마켓은 남성의 에어쿠션·팩트 구매량이 2014년 23%, 2015년 41%, 지난해 92%로 대폭 뛰었다고 전했다. 남성용 에어쿠션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전에는 여성용 에어쿠션을 구매하는 남성도 많았다.

얼굴 인상을 좌우하는 눈썹 관리용품 매출도 크게 신장했다.

남성 전용 제품으로, 눈썹 모양 플라스틱 가이드가 있어 사용이 편리한 올리브영 '매너남 눈썹칼'은 출시한 지난해 5월 매출 대비 지난달 매출이 약 4배 이상 뛰었다.

남성용 눈썹을 그리는 제품 '이지 아이브로우'도 출시 3개월 만에 매출이 110% 늘었다.



눈썹뿐만 아니라 코털, 다리털 등도 '그루밍족'들의 관심사다.

올리브영이 2012년 이색 상품 소개 차원에서 들여온 일본 카이사의 '레그트리머'는 생각보다 많은 남성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일본 현지의 공급이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올리브영은 2015년부터 '다리숱제거기' 제품을 PB로 생산하고 있다.

올리브영 '레그트리머' 전체 카테고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10% 늘어났다.

11번가의 '코털정리기' 카테고리의 지난해 거래액도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베네피트 '브로우바 뷰티 라운지'도 그루밍족 증가의 수혜자 중 하나다.

2008년 9월 브로우바가 처음 오픈할 당시 고객은 99%가 여성, 1%가 남성이었고, 남성 고객은 대부분 패션모델이나 연예인 준비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브로우바를 찾은 총 남성 고객 수는 약 4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120% 증가했다. 직업군은 일반 직장인·군인 등으로, 연령대는 20∼50대로 다양해졌다.



물론 남성용 기초 화장품 분야의 매출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올리브영의 남성 화장품 카테고리 2014∼2016년 매출 신장률은 연평균 40%에 달한다.

11번가의 '남성 화장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2015년 15%, 지난해 23%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조사 기관인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이미 1조원을 넘었고, 조만간 1조5천억 원을 넘어설 예정"이라며 "꾸미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청결한 외모를 가꾸고자 하는 남성들의 니즈를 반영한 전용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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