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빌려준 응급의료비 90%는 안 갚아
심평원 "올해부터 미상환자에 압류 조치 강화"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나라에서 빌려 준 응급의료비 90%가량은 제대로 갚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소득이 있는데도 고의로 의료비를 상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압류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26일 심평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응급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지급한 응급의료비는 44억100만원이었으나, 이후 환자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4억1천300만원으로 상환율은 9.4%에 그쳤다.
정부는 1994년부터 응급환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 제도'를 운영 중이다.
급성의식장애, 급성호흡곤란, 중독, 급성대사장애, 개복수술이 필요한 급성복통, 화상, 다발성 외상 등 응급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진료했으나 돈을 받지 못한 병원에 정부가 진료비를 대신 주고, 나중에 환자 본인을 포함한 상환 의무자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낮은 상환율과 고의적 미상환 문제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상환율은 2014년, 2015년에도 각각 8.4%, 10.7%에 그쳤다.
2016년 대지급 건수는 총 8천840건이었는데 이 중에는 건강보험 가입자에 지급된 건수가 5천508건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본인 또는 보호자가 의료비 납부 여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외 대지급 대상은 의료급여 수급자(1천996건), 무자격자(367건), 외국인(360건) 등이었다.
심평원은 상환 의무자가 월 1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다고 판단되면 고지서를 발송한다. 최초 고지서와 독촉 고지서에도 납부하지 않으면 3년간 분기별로 1번씩 고지서가 발송된다.
지난해 고지서를 받은 사람은 총 348명이었다. 최장 12개월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하지만, 실제 납부하는 사람은 20% 정도에 그친다고 심평원은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상환율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렵지만, 제도가 있다는 것을 먼저 알고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올해는 법적인 압류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고지서 발송에도 3년간 납부하지 않으면 그 비용을 대부분 결손처리 했지만, 이제부터는 법원을 통해 강제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고의적 미납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에서도 재정 손실을 막기 위해 압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담은 법률이 발의된 상태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작년 말 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심평원이 국세 체납처분의 방법에 따라 강제 징수할 수 있도록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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