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치아 돌보는 의사들…"치아건강은 인간존엄의 문제"

입력 2017-02-26 08:05
장애인 치아 돌보는 의사들…"치아건강은 인간존엄의 문제"

푸르메치과서 무보수로 의료봉사하는 석도준·고범진 원장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건물 1층에 있는 장애인 전문 치과의원 푸르메치과에는 수년째 일주일에 한 번씩 의료봉사를 하는 치과의사 2명이 있다.

2009년부터 9년째 매주 금요일 장애인 치아 건강을 책임지는 석도준(44) 원장과 2012년부터 6년째 매주 수요일 장애 어린이들을 돌보는 고범진(33) 원장이다.

이들은 26일 인터뷰에서 "봉사라기보다는 일상이나 취미"라면서도 "민간 차원의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석 원장은 2009년 1월 푸르메재단, 엄홍길 대장, 치과의사들과 네팔 고산지대에 의료봉사를 간 것을 계기로 재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네팔 봉사를 다녀온 6개월 뒤부터 곧바로 매주 봉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했다.



그는 "장애가 심하거나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분들은 비장애인보다 더 양치가 안 되기 때문에 발치가 매우 이른 편"이라면서 "15∼17살 어린이들이 충치가 너무 심해 치아 대부분을 발치한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장애인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주로 진료하는 고 원장은 "비장애인은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양치하면 끝이지만, 장애 어린이는 일단 음식을 먹는 시간이 길고 잘 삼키지 못하니 음식물이 입안에 남는 데다 양치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신장 장애가 있는 부친에게 2010년 신장을 기증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 가족으로 크면서 그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내 재주로 조금이라도 남들을 돕자는 마음에서 봉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많지만, 봉사나 민간단체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장애인 의료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고 원장은 "치아 건강은 인간 존엄성의 문제다. 치아가 나빠져 잘 먹지 못하면 다른 건강까지 무너진다"면서 "치과는 장비가 많이 필요해 방문진료도 어렵다.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은 소외계층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병원처럼 큰 부담이 드는 '하드웨어'를 지원해주면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을 의료지원·봉사에 나설 이들은 정말 많다"면서 의료시설 확충이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원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치과는 보험이 너무 한정적이고, 장애인을 위한 혜택도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임플란트를 2개까지만 보험으로 해주는데, 장애인은 65세 이상 되면 치아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치아 2개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 원장은 "국가가 사회적 약자에게 의료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병원에 오기까지 걷고, 차를 타고 하는 것 하나하나가 장애인들에게는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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