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에도 北 인권개선 핵심기구 출범 '깜깜'
북한인권법 제정 1년·발효 6개월 지난 북한인권재단 표류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북한 정권의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암살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북한인권법 관련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법 제정 1년, 발효 6개월이 되도록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상근 이사직을 요구하며 재단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여야 추천 몫 10명 중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국회사무처 의사국에 명단을 제출했지만, 민주당(4명)은 아직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여야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완료돼야 국회의장의 결재를 받고 정부에 명단을 제출할 수 있다.
당초 통일부는 작년 9월 4일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한다는 목표로 서울 마포구에 재단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아 6개월 가까이 현판식조차 못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인권법 제정 1년, 법 발효 6개월 시점인 3월 초까지를 북한인권재단 출범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상근 이사직은 이사장과 사무총장 두 자리이며, 나머지 10명은 비상근 이사다.
차관급인 북한인권재단 이사장은 이사진의 호선으로 선출되며, 사무총장은 이사장이 임명한다.
정부와 여당 추천 인사가 7명이라서 이사장은 정부 추천 인사 중에 선출되고, 선출된 이사장은 정부 혹은 여당 추천 인사 중에 1명을 사무총장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북한인권재단 상근 이사직 1명을 야당 몫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상근이사인 사무총장을 야당에 양보하면 북한인권재단 운영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북한인권법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과 인도적 지원 관련 조사·연구, 정책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내년 재단 예산은 118억원, 직원은 40여명 규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되는 기구 중 역할이 가장 많고, 예산 규모도 가장 크다"며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고려할 때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관련 기구 중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는 이미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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