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부금 투명성 강화 움직임에 '스포츠계 촉각'

입력 2017-02-24 16:59
재계 기부금 투명성 강화 움직임에 '스포츠계 촉각'

프로구단 "모기업 지원금은 기부금 아닌 광고비"

아마스포츠는 기업 후원 위축될 가능성에 '긴장'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하남직 차병섭 기자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으로 홍역을 앓은 재계에서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자 기업의 도움을 받는 스포츠단이나 경기단체의 운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1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을 낼 때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최근 이사회에서도 10억원 이상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을 낼 때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는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해당 기업과 관련 있는 스포츠단은 이번 이사회 결정이 구단 운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으리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우선 제일기획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스포츠단 운영에 대해 논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다른 계열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스포츠단은 기부나 사회공헌기금이 아닌 모기업 계열사의 광고비와 구단 자체 생산 자금 등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 이사회 결정이 스포츠단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2015년 삼성그룹 내 프로스포츠 구단(야구, 축구, 농구, 배구)을 차례로 인수해 운영해 오고 있다.

제일기획이 운영하는 한 프로 스포츠단의 임원 역시 "구단을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니 스포츠단 운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프로야구·축구·농구·게임단 등을 운영하는 SK 관계자도 "모기업이 구단에 지원하는 금액은 선수단을 활용한 광고비나 수수료다. 기업이 출연하는 기부금은 사용 목적과 집행 절차가 이미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 함부로 쓸 수 없다"며 이번 이사회 결정과 구단 운영은 별개라고 말했다.

특히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등의 경우는 SK텔레콤 소속의 한 부서 형태로 운영돼 출연이나 기부가 아니라 회사 예산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출연금이 조직 운영비의 큰 부분을 차지해온 경기단체도 당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차원의 후원을 받아온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계자는 "기존 지원해온 체육 단체는 그대로 지원하기로 돼 있다. 신규로 발생하는 지원금에 대해서 10억원 이상이면 이사회 심의를 거치도록 바뀐 것"이라면서 "올해 연맹은 지난해보다 1억원 늘어난 18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을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삼성화재에서 12억원, 삼성전자에서 5억원을 후원받았다.

물론 자생력이 약한 경기단체들은 갈수록 지원과 관심이 줄어드는 마당에 이 같은 재계의 움직임이 기업의 후원활동을 더욱 위축시키지는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로부터 연간 14억원 정도를 기부금 명목으로 지원받는다는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그게 없으면 협회 운영이 안 되니 불안한 면이 있다. 기업 지원이 없으면 돌아가질 않는 경기단체가 많다"고 걱정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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