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깨자" vs "오히려 편견 조장"…나이키 아랍권 광고 논란

입력 2017-02-24 08:30
"편견 깨자" vs "오히려 편견 조장"…나이키 아랍권 광고 논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랍권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약을 깬다는 내용의 나이키 광고가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들이 너희에게 무슨 말을 할까'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이달 19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이른 아침 한 아랍 여성 육상선수가 문을 빼꼼히 열고 주위를 살피더니 히잡을 고쳐 쓰고 거리를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몸에 달라붙는 육상복을 입고 달리는 이 선수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후 복싱, 축구, 펜싱과 같은 격렬한 경기를 하는 아랍 여성 운동선수가 차례로 등장한다.

나이키가 이 광고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물론 아랍권 무슬림 여성도 사회적 편견과 제약을 뛰어넘어 남성 못지 않게 훌륭한 '스포츠 우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광고는 23일 현재 조회수 100만회가 넘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이 광고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아랍에서도 여성의 권리와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런 광고가 또다른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에선 이 광고가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랍권이라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여성이 스포츠를 즐기는 데 제약이 사실상 없는 데도 마치 여전히 그런 분위기인 것처럼 묘사해 편견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자는 메시지를 전한다면서 역설적으로 상업 광고를 위해 그에 편승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 용품을 파는 나이키에 무슬림 여성은 잠재력이 큰 미래의 고객인 것도 사실이다.

아랍 여성은 무조건 히잡을 쓰고, 외부 활동을 할 때 눈치를 본다는 관념적 편견이 이 광고로 더 부각됐다는 것이다.

아랍권의 한 여성 네티즌은 "거리에서 조깅할 때 히잡을 쓰지 않는다"며 "나이키 광고는 실상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아랍 여성에 대한 고정된 편견에 기댔다"고 꼬집었다.

나이키는 지난해 1월에도 히잡을 쓰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아랍 여성이 나오는 광고를 공개했다.

당시엔 장소가 실내이거나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를 달리는 여성 1명이 등장했지만 이번엔 더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양한 종목에 여성이 참여하는 모습을 담았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