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유치원 운영비…205억원 부당사용 적발
부패척결추진단, 어린이집·유치원 95곳 점검해 609건 적발
운영비 부당사용하면 유치원 정원감축·원아모집정지 제재
유치원 전산추첨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전국으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정부 보조금과 학부모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의 시설 운영비가 줄줄 새고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유치원 온라인 추첨 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9개 광역시·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95곳을 점검해 609건의 위반 사례와 부당사용 금액 205억원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추진단은 54개 유치원에서 위반사항 398건에 부당사용액 182억원을, 37개 어린이집에서 위반사항 211건에 부당사용액 23억원을 적발했다.
또한, 이 가운데 8곳은 수사의뢰 또는 고발 조치를 하고, 이들 유치원 및 어린이집과 거래한 업체 19곳에 대해 세금 탈루 의심업체로 세무서에 통보했다.
추진단은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에서 대다수 위법·부당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적발 유형을 보면 ▲위법·부당한 회계집행 ▲친·인척과의 허위 계약 ▲보험금 횡령 의혹 ▲위생관리 부실 등이다.
추진단은 일부 유치원·어린이집이 기관 운영비를 개인적인 선물 구입, 자녀 학비, 노래방·유흥주점 등에서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설립자나 원장이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한 뒤 고액의 보수를 지급한 사례도 포착됐다.
유치원 운영자금에서 노후시설 개선 명목으로 보험료를 납부한 뒤 보험금 만기 이후에는 유치원 회계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 계좌로 돌려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와 함께 추진단은 서울시 소재 사립유치원 679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49.2%에 달하는 334개 유치원이 운영 자금으로 설립자 등 개인명의 보험료 123억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현재 전국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추진단에 따르면 일부 유치원은 원아 급식비로 교직원 식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추진단은 이 같은 위반 행위가 급식비 상승과 부실 급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입·세출 규모를 세분화하는 내용으로 재무회계 규칙을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 재정 지원을 하지 않고, 지원금 환수 등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유치원 정원감축·원아모집정지 등의 제재 규정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예·결산서 정보를 모두 전산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개별 회계집행 내역을 관리 할 수 있는 '회계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교직원 인사 업무도 전상화해 업무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유치원 입학 시 학부모가 유치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특정인 우선 입학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처음학교로'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원서 접수부터 추첨 결과 확인, 등록까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11월부터 서울과 세종, 충북 교육청에서 시작됐다.
어린이집의 경우 회계관리 프로그램과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과의 연계를 확대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밖에 식재료 위생 관리를 위해 영양사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영양사 등에 대한 교육과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급식식단 등을 제공하는 어린이급식지원센터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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