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제사 지내는 태백산…무속 불법행위 단속 '고민'

입력 2017-02-20 06:30
수정 2017-02-20 08:45
하늘에 제사 지내는 태백산…무속 불법행위 단속 '고민'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가 태백산 무속 관련 불법행위 단속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태백산 무속이 뿌리 깊지만, 불법행위를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무속인은 태백산을 성지로 여긴다.

김강산 태백향토문화연구소장은 "조선말 제작한 '무당내력'에 무당이 굿하기 전 반드시 태백산을 바라보고 '청배'(신을 모심)한다는 내용이 있다"라며 "태백산은 무속인 고향이다"라고 말했다.

태백산은 무속인 발길이 연중 이어진다.

정상 천제단은 신라 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그러나 기도용 임시시설(움막) 설치, 촛불 켜기, 제물 남기기, 돌탑 쌓기 등은 불법행위다.

2006년 여름 태백산 일대에서 무속인 주거용 움막 등 불법 시설물 33동을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최근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실태조사에서 문수봉∼경북 봉화 방향으로 무속인 움막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들 움막을 철거하기로 했다.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는 촛불 켜기를 막고자 야간순찰도 강화했다.

천제단, 장군봉 등 정상 일대에 남겨진 제물은 발견 즉시 제거 중이다.

등산로 주변 돌탑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정비에 나섰다.

악취가 나고 파리가 들끓는 원인인 술 뿌리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체계적 단속은 사실상 처음이다.

태백산은 지난해 8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김 소장은 "촛불은 세상을 밝히는 것이고, 제물을 남기는 것은 베풂. 돌탑을 쌓은 것은 정성을 모으는 것"이라며 "태백산은 민속이 살아 움직이는 산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금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태백지역 경제와 태백산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측도 고민이 많은 분위기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20일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등 홍보·계도를 통해 인식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무속인, 지역사회 등과 소통으로 현명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달 13∼18일 겨울산행 성수기인 태백산 눈축제 기간 때 흡연, 오물투기 등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서 과태료 22건, 지도장 12건을 발부하고 300건 이상을 계도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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